[BIZ WINE]소믈리에… 기키자케시… 그렇다면 우리술 가이드는?

동아일보 입력 2010-09-11 03:00수정 2010-09-11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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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에서 와인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사람을 ‘소믈리에’라고 일컫는다. ‘기키자케시(利き酒師)’는 사케 가이드를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 술 안내자는 뭐라고 불러야 할까? 2일 농업기술실용화재단과 경기대가 공동 설립한 전통주 전문 교육기관 ‘수수보리 아카데미’가 개원하면서 그 답이 나왔다. 수수보리(須須保理)란 원래 일본에 술 빚는 방법을 전해준 백제인 ‘인번’의 다른 이름으로 ‘술 거르는 이’를 뜻한다.

하지만 아카데미 측에서 말하는 수수보리(秀水保利)는 ‘빼어난 물(우리 술)을 보호하고 이롭게 하는 사람’이란 뜻이란다. 현재는 2개월 과정의 ‘전통주 기초반’밖에 개설돼 있지 않지만, 곧 ‘수수보리 자격증 취득반’과 ‘전통주 전문 강사 양성반’까지 운영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래저래 말만 많았던 ‘우리 술 세계화’의 구체적인 행보를 보는 것 같아서 반갑다. ‘우리 술의 세계화’란 명제 앞에서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술은 역시 막걸리다. 왕가나 지배층에서 즐기다가 대중으로 확산된 와인이나 사케와 달리 막걸리는 처음부터 대중과 함께한 술이라는 점을 떠올려 보면 와인업계에도 참고할 만한 술이 있다.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식후주(食後酒) ‘그라파’는 와인을 증류해 만든 코냑, 아르마냐크와 달리 포도즙을 짜내고 남은 찌꺼기를 발효, 증류시켜 만드는 술이다. 프랑스에서는 그라파와 같은 방식으로 ‘마르크’라는 술을 만든다. 그라파는 지금도 이탈리아인의 생활 속에 친숙한 술로 스며들어 브랜디의 대명사 코냑의 아성을 바짝 추격할 만큼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반면 마르크의 존재감은 갈수록 희박해지고 있다.

무엇이 이 둘의 운명을 갈라놨을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빼놓지 않고 거론되는 것은 19세기 말부터 지금까지 4대에 걸쳐 그라파를 생산하고 있는 노니노사(社)에서 시도한 재료의 차별화를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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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초반 이 업체가 오직 단일한 포도 품종에서 얻은 찌꺼기만을 가지고 만든 그라파를 선보이기 전까지 그라파는 품종에 관계없이 그저 와인을 만들고 난 부산물을 긁어모은 것으로 만드는 술이었다. 알코올 함량이 40∼50%를 가뿐히 넘는 이 막술은 추운 겨울 서민층의 한기를 달래 주는 데 유용한 술일 뿐이었지만 1980년대 들어서 다시한번 고급화에 성공했다. 포도 찌꺼기에 순수한 포도즙을 첨가해 풍부한 향과 부드러운 맛을 구현한 것이다.

현재는 와인의 명가치고 그라파를 내놓지 않는 곳을 찾아보기 어렵다. 원래 그라파는 오크통 숙성을 거치지 않지만 최근에는 숙성 기간에 변화를 주거나 약초나 다른 과일까지 첨가하는 등 여전히 끊임없는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저마다 개성이 넘치는 이 술의 병 모양은 와인 수집가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김혜주 와인칼럼니스트

● 이번 주의 와인

로 샤르도네 그라파, 노니노


샤르도네에서 나온 찌꺼기만을 사용한 그라파(단일 품종으로 만든 그라파는 ‘모노비티뇨 그라파’, 여러 품종 찌꺼기로 만든 본래의 그라파는 ‘티피카 그라파’라 한다)로 오크 숙성을 거쳤다. 오크 숙성한 샤르도네 와인에서는 느낄 수 없는 초콜릿 향이 난다는 점이 신기할 따름이다. 식사를 마친 뒤 카카오 함량이 높은 초콜릿과 함께 마시면 좋겠다. 알코올 도수는 41%, 용량은 700mL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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