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10주년 비전선포식 돌연 연기, 왜?

동아일보 입력 2010-09-02 03:00수정 2010-09-02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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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 기류 속 ‘잘나가는 회사’ 부각에 부담”
한때 내걸렸던 통합 CI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 당초 1일 발표하려다 무기 연기한 그룹 통합 CI(기업 이미지)가 들어간 현수막이 서울 서초구 양재동 사옥에 걸려 있다. 계열사인 기아차에 해당하는 표현 없이 영어로 ‘현대차그룹’이라고만 돼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 출범 10주년을 맞아 1일 오전 9시 서울 서초구 양재동 사옥에서 진행하려던 ‘2020 비전 선포식’을 행사 직전에 돌연 무기 연기했다.

현대차그룹은 2000년 9월 1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계열분리를 공식 승인 받은 날을 기념하기 위해 몇 달 전부터 이날 행사를 준비해왔다. 정몽구 회장이 지난 10년간을 되돌아보고 향후 10년 뒤의 비전을 선포한 뒤 그룹 통합 기업이미지(CI)와 새로운 사가(社歌)도 공개할 예정이었다.

국내 재계 2위 대기업이 미래 비전을 발표하겠다며 예고한 행사를 갑자기 취소하자 그 이유에 대해 재계에서는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그룹 전체 매출이 2000년 36조4460억 원에서 2009년 94조6520억 원으로 3배 가까이로 늘어났고, 올해는 100조 원 돌파가 기대되는 의미 있는 시점이어서 현대차그룹 관계자들도 의아해하고 있다.

이 같은 취소 결정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행사 시작을 3시간도 채 남겨 두지 않은 이날 오전 6시 반경 “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지시하면서 이뤄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최근 상생 협력을 강조하는 분위기인데 회사가 잘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대대적으로 공표하는 행사를 갖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것 같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정 회장의 건강이상설이 돌자 현대차 측에서는 “회장님은 평소와 다름없이 오전 6시 10분에 출근했다”며 소문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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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연기 결정이 알려지자 사옥 2층 대강당에서 리허설을 하던 직원들은 오전 7시 반경 계열사 깃발을 들고 철수했다. 울산 등 지방에 근무하는 계열사 임원들은 이날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전날 상경했다가 다시 지방으로 내려갔고, 수도권과 충청 지역에 있는 계열사 사장과 임원들은 서울로 오다가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고 한다.

현대차그룹은 행사 직후 배포하기로 했던 ‘2020년 비전’ 보도자료 대신 현대·기아차 216개 1차 협력업체와 2, 3차 협력업체 2460여 개 회사가 상생 협력을 위해 공정거래협약을 체결했다는 내용의 자료를 내놨다. 현대·기아차 협력사 대표 200여 명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정호열 공정거래위원장과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상생협력 및 하도급공정거래협약’ 합동 선포식을 열었다.

협력사들은 공정한 하도급거래 질서 확립을 위해 하도급 위탁 또는 변경 시 반드시 서면계약을 하도록 하고, 협력사 등록·취소 기준 절차의 객관성을 보장하면서 불공정 거래 예방을 위한 내부 심의기구를 설치하는 내용의 3대 가이드라인을 도입하기로 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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