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업무 감정원 이관놓고 시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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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객관적 평가위한 조치”… 민간 평가사들 “공기업 특혜”

정부가 20년 넘게 민간에 위탁해 온 일부 업무를 공기업인 한국감정원에 이관하려고 하자 감정평가업계가 들끓고 있다. 정부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감정평가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민간의 영역을 빼앗아 공기업에 특혜를 주려는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초 국토해양부는 그동안 한국감정평가협회에 위탁해왔던 표준지가·표준주택 감정평가의 부대업무 5가지를 감정원으로 이관하겠다고 통보했다. 이 가운데 △감정평가업자의 지도 △토지 등 감정평가에 대한 타당성 조사 △감정평가 정보체계의 구축 및 운영에 대한 사항 등 3가지 업무를 감정원으로 옮기는 내용을 관보에 고시할 계획이다. 이럴 경우 감정평가업무의 상당 부분을 감정원에서 맡게 돼 민간 감정평가사들의 자리가 줄어들게 된다.

업계에서는 민간위탁 업무를 다시 공공기관이 가져가려는 것은 공기업 선진화에 역행하는 일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민영화의 필요성이 거론되던 감정원을 공단화하려는 국토부의 사전작업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감정평가협회는 19일 ‘한국감정원 공단화 및 특혜조치 저지를 위한 연석회의 겸 보고대회’를 열었고 18일에는 5개 일간지에 이명박 대통령에게 드리는 호소문을 게재하기도 했다.

김원보 감정평가협회장은 “감정평가업무는 전적으로 민간 전문가집단의 영역이므로 공기업이든 공단이든 공적기구가 수행한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감정원의 기능 중 감정평가업무를 축소 및 폐지하고 감정평가 이외의 다른 업무를 수행하도록 한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을 충실히 이행하라”고 주장했다.

협회 관계자는 “민간 감정평가법인과 다를 바 없이 감정평가업무를 하고 있는 감정원에 관리·감독권을 주려는 것은 마치 축구선수가 경기를 하면서 심판까지 겸하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앞으로 더 많은 부분을 공공평가의 영역이라며 가져가려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관계자는 “감정의 객관성, 징계 비율, 소속 감정평가사의 평균경력 등을 따져 봐도 감정원이 민간에 비해 미흡하다”며 “회계사 세무사 변호사 등 다른 전문직종에서도 이를 관리하는 공단을 만든 곳이 없다”고 주장했다.

업계의 반발에 국토부는 난감해하면서도 공정하고 객관적인 감정평가 관행을 정착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강조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사업자단체인 협회가 타당성 조사 등 공적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부실 평가, 과다 보상 등의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며 “감정원의 기능을 개편해 감정평가 분야의 공적기능을 수행토록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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