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 투자자문 시장 진출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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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14일 03시 00분


공모펀드 자금 빠져 사세 위축
자회사로 자문사 설립 움직임
‘랩어카운트發’ 과열 우려도

최근 투자자문 시장이 커지면서 한국투자신탁운용 등 일부 자산운용회사가 투자자문사를 자회사로 설립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공모펀드에 몰려있던 자금 중 상당수가 랩어카운트(자산관리계좌)와 사모펀드 등으로 빠져나가면서 사세가 위축되고 있는 자산운용사들이 투자자문 시장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는 것.

공모펀드 운용팀과는 별도로 자문형 랩어카운트팀을 꾸려 이 시장에 들어오려는 자산운용사도 늘고 있다. 하지만 증권사들이 펀드에서 이탈하려는 투자자를 붙잡기 위한 강도 높은 마케팅의 결과로 자문형 랩어카운트 시장이 커지고 있어 자칫 ‘랩어카운트발(發)’ 과열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강신우 한국투자신탁운용 부사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자문형 랩어카운트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별도의 투자자문사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일부 다른 운용사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랩 자문팀을 사내에 따로 만드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지만 공모펀드 운용회사에서 자문업을 겸업하는 데 대해 혼선이 생길 수 있다는 것.

최근에는 삼성자산운용,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등이 운용사 내부에 랩 자문팀을 만들어 증권사의 자문에 응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투자자문사뿐만 아니라 인력 풀이 넓은 운용사에도 자문해 랩어카운트 시장을 키우고 있다. 11월부터 시중 은행도 자문형 랩어카운트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라 랩 자문에 나서는 운용사는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자문형 랩어카운트의 팽창으로 투자자문사의 덩치도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3월 기준 117개 전업 투자자문사의 총계약액은 14조8000억 원 규모로 전년 동기 대비 2조2000억 원(17.5%) 증가했다. 랩어카운트 붐의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케이원투자자문, 브레인투자자문은 올 초만 해도 계약액이 각각 7759억 원, 4953억 원에 머물렀지만 6월 말 현재 1조 원을 돌파했다. 공모펀드를 내놓고 있는 75개 자산운용사 중 주식형펀드 잔액이 1조 원을 넘는 곳이 28%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웬만한 공모펀드 운용사에 못지않은 규모다.

랩어카운트에 가입할 수 있는 자금 규모가 기존 1억 원대에서 3000만 원 선으로 낮아졌지만 랩 상품을 공모펀드의 대체품으로 인식하면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공모 주식형펀드는 한 종목에 10% 이상 투자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나 랩어카운트는 종목별 편입비율 제한이 없으며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해 그만큼 리스크도 크다. 부담 없이 적립식으로 가입할 수 있는 펀드와 달리 랩어카운트는 수천만 원에서 억 원대의 가입금액이 필요하다.

우재룡 동양종금증권 자산관리컨설팅연구소장은 “공모펀드가 기성복이라면 랩어카운트는 맞춤 정장으로 대체재는 아니다”라며 “지금은 랩어카운트 바람이 불어도 곧 학습효과를 통해 투자계층에 따라 투자문화가 분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랩어카운트 상품에 ‘묻지 마 투자’가 나타나고 있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은 “증시에서 묻지 마 투자가 일어난 뒤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은 적이 한 번도 없다”며 “랩어카운트 붐도 2007년 포트폴리오나 분산투자에 대한 고민이 없었던 펀드 붐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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