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내 '남편주차장'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12일 20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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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빨리빨리 사고 밥이나 먹으러 가자."

"그만 좀 보채요. 아직 살 것 엄청 많아요."

주말 마트서 장보는 부부 사이에 흔히 나타나는 말싸움이다. 아내는 몇 시간이고 매장을 샅샅이 돌면서 새 상품은 무엇인지, 가격과 품질은 어떤지, 쿠폰 할인상품은 어디 있는지 살핀다. 하지만 남편은 카트 끌며 기다리는 시간이 하염없이 짜증날 뿐이다.

하지만 쇼핑 중 남편과 아이를 '맡겨둘' 공간이 생기면서 부부간의 마찰도 줄어들고 있다.

그 공간은 바로 이마트 매장에서 하나둘씩 늘고 있는 '푸드카페'다. 푸드카페는 쇼핑 중인 고객이 매장 한 가운데서 바로 간단한 음식을 사먹을 수 있게 꾸며놓은 코너. 떡볶이 쌀국수 튀김 만두 등 분식은 물론 쇼핑카트에 담은 과자 아이스크림 음료수 등도 일부만 계산해 바로 먹을 수 있다. 전자레인지로 '오징어덮밥' '부대찌개' 등 즉석조리식품도 간단히 조리해 먹을 수 있다.

이마트 고객들은 요즘 이 푸드카페를 '남편주차장' 또는 '베이비시터'라 부른다. 주부 쇼핑 시간을 재촉하던 남편과 아이들에게 먹고 쉴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해 쇼핑 시간을 늘리겠다는 이마트의 전략이 먹혀들고 있는 것이다.

기존에는 쇼핑을 마친 뒤 별도의 푸드코트로 이동해야 했고 간단한 스낵이나 음료수를 먹으려 해도 한참 줄 서 계산대에서 계산을 모두 마치고 나서야 매장 밖에서야 먹을 수 있던 것과 비교하면 한결 간편해진 것이다.

매장내 푸드카페는 지난해 7월 이마트 청계천점에서 50평 규모로 시범 개장했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신세계 이마트 김근만 마케팅팀장은 "주말 평균 쇼핑시간이 약 2시간이었는데 푸드카페가 들어선 뒤 30분 정도 쇼핑시간이 길어졌다"며 "청계천점은 푸드카페 도입후 올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15% 늘었다"고 말했다.

반응이 좋자 이마트는 최근 왕십리, 자양, 죽전점에도 푸드카페를 열었다. 이마트는 현재 4곳인 푸드카페를 올해 중 33개 매장에 차례로 열 계획이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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