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PC 온라인게임 진출”… 한국 따라하기

  • 동아일보

■ 북미 게임쇼 ‘E3’ 이틀째

16일 밤(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스 내 힙합클럽 ‘콜로니’. 평일인데도 1000명가량이 몰렸다. 평일에는 손님이 없어 거의 열지 않는다는 이곳에는 이날 ‘스타크래프트’를 만든 미국 온라인게임 개발사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마이크 모하임 대표도 나타났다. 이날 ‘호스트’는 다름 아닌 국내 온라인게임사 넥슨이었다. 미국 법인인 ‘넥슨아메리카’를 세운 지 5년 만에 미국 최대 비디오게임쇼 ‘E3 2010’에 처음 참가한 것을 기념하는 파티였다.

지난해 넥슨아메리카의 매출액은 4526만 달러.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매출액 12억 달러에 비하면 한참 못 미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이가 앞 다투어 넥슨 파티에 참석한 이 풍경은 미국 시장에서의 온라인게임, 특히 한국 온라인게임 업체에 대한 관심을 보여준다.

○ “게임산업 변화 중심엔 한국이 있다”

1995년 시작된 E3는 원래 비디오게임 위주의 전시회였다. 온라인게임은 ‘번외’처럼 여겨지던 이 박람회는 2000년대 중반 엔씨소프트와 웹젠 등 국내 온라인게임 개발사들이 참가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그리고 올해는 온라인게임, 모바일게임 등 다양한 플랫폼 게임이 주목 받으며 ‘종합 게임쇼’로 변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온라인은 비디오를, 비디오는 온라인을 서로 받아들이며 변화하고 있고, 그 중심에 한국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번 행사에서 ‘키넥트’로 가장 주목을 받은 마이크로소프트(MS)는 최근 PC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게임 사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장에서 만난 MS 게임스튜디오 필 스펜서 부사장은 “비디오게임에만 머물지 않고 온라인게임 시장까지 사업을 넓힐 것을 내부에서 검토 중”이라며 “세계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전략을 짜기 위해 한국 온라인게임들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 EA나 액티비전 등 글로벌 비디오게임 개발사들도 온라인게임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이번에 자체 제작 온라인게임 ‘워해머 40000-다크 밀레니엄 온라인’을 처음 공개한 THQ가 대표적이다. 브라이언 패럴 최고경영자(CEO)는 “비디오게임 개발사들이 한국 온라인게임 업계에서 배워야 할 점은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분석하고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마이크로’한 모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한국 업체들 “비디오게임 요소 필수”

E3에서 한국 온라인게임이 관심을 끈 건 엔씨소프트가 참가한 2003년부터다. E3 때 엔씨소프트가 공개한 ‘아이온’은 지난해 북미 인기 게임 순위 2위를 차지했다. 이 회사는 E3 참가 대신 내년 3월경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단독으로 미디어 행사를 가질 계획을 세울 정도로 입지를 굳혀 나가고 있다.

넥슨은 미국 시장에서 선불 카드제 같은 ‘부분 유료화’ 수익 모델을 도입했다. 넥슨아메리카의 대니얼 김 대표는 “비디오게임은 ‘트랜스포머’ 같은 블록버스터라 투자를 많이 해서 첫 주에 엄청 팔아치우면 끝인 모델”이라며 “우리는 콘텐츠적 요소 외에도 새로운 수익모델을 북미 시장에 내놓는 것에 주력해왔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E3 발표 즈음에 현지 개발사들의 게임을 지원하는 ‘넥슨 이니셔티브’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비디오게임 업계와의 프로젝트도 준비하고 있다.

국내 온라인게임 업계는 북미 시장의 성공 요인으로 ‘비디오게임 속 요소들을 적절히 섞은 것’을 꼽았다. 다중접속온라인게임(MMORPG) ‘테라’로 E3에 처음 참가한 게임 개발사 ‘블루홀 스튜디오’는 미국 진출 2년 만에 북미 단독 배급사 ‘엔매스 엔터테인먼트’를 차렸다. 이 회사 김강석 대표는 “비디오게임 특유의 현란한 액션이나 부드러운 그래픽 등을 온라인게임에 가미했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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