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어윤대號, 금융권 지각변동 몰고오나

  • 동아일보

KB-하나, 우리금융 인수 혈투 임박

《어윤대 KB금융그룹 회장 내정자는 승리를 자축할 시간이 별로 없다. 그의 결단을 기다리고 있는 과제가 쌓여 있기 때문이다. 우선 최고경영자(CEO)의 장기 공백 사태로 헝클어진 조직 내부부터 추슬러야 한다. 밖으로는 턱밑까지 추격해온 경쟁사를 따돌리고 리딩뱅크의 위상을 굳건히 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CEO형 대학총장’으로 유명한 어 내정자도 풀기 어려운 난제들이다.》 앞으로 KB금융에는 거대한 변화의 바람이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또 은행 대형화에 대한 의지가 확고한 어 내정자가 국내 최대 금융그룹의 CEO로 등장한 만큼 금융권은 인수합병(M&A)을 통한 승자독식의 혈투가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분열된 조직 추스르기 급선무

“KB금융은 상당히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 직원 사기를 진작하고 자신감을 불어넣어 조직에 대한 로열티를 높이고 파벌을 없앨 것이다.” 어 내정자는 15일 선출 직후 기자들과 만나 KB금융 내부의 조직통합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파벌을 없앨 것’이라는 대목은 대규모 인사(人事)와 조직 개편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 조직 내 내분은 KB금융의 고질병처럼 지적돼 왔다. 핵심 계열사인 국민은행만 하더라도 옛 국민은행, 주택은행, 장기신용은행, 국민카드가 합병된 지 수년이 흘렀지만 출신회사별로 자리를 안배해주는 ‘나눠 먹기식’ 인사가 관행처럼 상당 기간 지속돼 왔다. KB금융 회추위 관계자는 최근 “옛 국민과 주택은행 합병 이후 알력 다툼이 심하고 내부 출신과 외부 출신의 갈등도 상당하다”며 차기 회장의 첫 번째 과제로 조직통합을 꼽았다.

KB금융 내부 변화는
조직통합 대대적 인사 쇄신 예고
수익구조 개선-통합사옥도 숙제


어 내정자는 공석 중인 KB금융 사장과 차기 국민은행장 등 경영 수뇌부에 대한 인사에서 전문성을 최우선 조건으로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SC제일은행장과 외환은행장이 외국인이지만 잘하는 것처럼 내부든 외부든 능력 있는 사람이 중요하다”며 “가능하면 내부에서 되면 좋겠지만 ‘아는 임원’이 없어서 이사회 의장과 상의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쏠림 현상도 그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KB금융은 국민은행을 포함해 16개의 자회사 및 손자회사를 거느리고 있지만 이익의 90% 이상이 국민은행에서 나온다. 바꿔 말하면 나머지 15개 계열사 이익이 10%도 안 될 정도로 불균형한 구조다.

통합사옥을 마련하는 일도 시급하다. KB금융 본사는 서울 명동, 여의도, 광화문 등 4곳으로 뿔뿔이 흩어져 있어 업무 효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 은행권 M&A 경쟁 신호탄

어 내정자의 등장으로 우리금융그룹 민영화가 촉발할 은행권 M&A 시나리오가 한층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은 은행업에 편중된 KB금융보다 사업다각화가 잘돼 있어 어 내정자가 눈독을 들이는 합병 파트너다. 실제로 그는 “우리금융은 주식 맞교환 등으로 살 수 있다”며 대등 합병의 뜻이 있음을 공공연하게 밝혀 왔다.

여기에 하나금융그룹도 가세할 조짐이다. 하나금융은 아직까지 우리금융에 대한 러브콜을 공식화하지 않고 있지만 김승유 회장의 M&A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융권 M&A 전망은
KB, 우리 인수땐 메가뱅크 탄생
하나서 인수땐 KB 제치고 1위로


이 때문에 금융위원회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이달 중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금융 지분 57%에 대한 매각 공고를 내면 KB금융과 하나금융 사이에 치열한 경쟁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3월 말 기준으로 자산이 325조6000억 원인 KB금융이 우리금융(325조4000억 원)과 합치면 어 내정자가 필요성을 역설한 세계 50위권 메가뱅크가 탄생하게 된다. 반면 하나금융(191조8000억 원)과 우리금융이 합치면 KB금융은 1위와 상당한 차이가 있는 2등으로 전락한다. KB, 우리, 하나 모두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여기에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매물로 내놓은 외환은행, 내년부터 적극적인 M&A를 하겠다고 예고한 산은금융그룹, 우리금융에서 분리 매각 방안이 거론되는 경남 및 광주은행까지 감안하면 앞으로 1, 2년 내 국내 은행권의 판도는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차지완 기자 cha@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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