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5 질주에 쏘나타 주춤 아우가 형님시장 빼앗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10일 03시 00분


‘형님 잡아먹는 아우?’

현대·기아자동차의 내수시장 점유율 합계가 지난해 평균 80.0%에서 올해 4, 5월 76%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두 회사 간 ‘간섭 효과’가 본격적으로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자동차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기능이나 디자인이 탁월한 후속제품이 나오면서 해당 기업이 먼저 내놓은 비슷한 제품의 시장을 깎아먹는 이른바 ‘캐니벌리제이션(cannibalization)’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 현대차 고객, 기아차로 옮겨 가

기아차는 준대형 세단 ‘K7’,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스포티지R’, 중형 세단 ‘K5’ 등 지난해 말부터 선보인 신차들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내수 점유율이 올해 1월 28.5%에서 지난달 34.5%로 높아졌다. 문제는 현대·기아차 전체 판매량을 늘리지 못하는 가운데 기아차 선전의 영향으로 현대차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 내수 점유율은 같은 기간 50.1%에서 42.4%로 큰 폭 하락한 상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은 “기아차의 점유율 확대는 K7이 현대차 ‘그랜저’의 잠재 고객들을, K5는 ‘신형 쏘나타’의 잠재 고객들을 대거 흡수하는 등 현대차 시장을 잠식하면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25일 본격 판매에 들어간 기아차 K5는 닷새 만에 3552대가 출고되는 기염을 토했다. K5와 이전 중형 세단인 ‘로체’를 합한 지난달 계약대수는 1만5700여 대로, 쏘나타의 1만1300여 대를 크게 앞질렀다.

기아 K5-K7 등 내수 점유율 1월 28% → 5월 34%로 급등
현대차는 오히려 8%P 하락 “간섭 효과 본격 발생” 분석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현대차와 기아차가 같은 회사임을 알고 있고, 두 회사 차량이 ‘브랜드’로 뚜렷하게 구분되는 것도 아니어서 현대차를 고려하던 사람이 기아차로 옮겨가는 것이 쉽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당초 현대차는 세련되고 품위 있는 방향으로, 기아차는 젊고 역동적인 느낌으로 브랜드 성격을 차별화한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신형 쏘나타의 디자인은 오히려 기아차 차량보다 더 젊은 취향이고, K7, K5가 오히려 무난한 디자인이라는 평가가 많다.

○ ‘소비자에겐 나쁘지 않아’

이처럼 현대·기아차 제품이 서로 싸움을 벌이는 듯한 양상은 독일 폴크스바겐그룹이 아우디는 프리미엄 차량, 폴크스바겐은 대중적인 차, 스코다는 좀 더 하위의 대중 브랜드라는 개념으로 브랜드에 명확한 정체성을 주고 관리하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현대차그룹으로서는 이 같은 현상이 기아차의 자체 역량이 커졌다기보다 신차 등 그룹 내부 자원을 현대차에서 기아차로 옮긴 결과라는 점도 고민거리다.

소비자 관점에서는 이 같은 결과가 꼭 나쁘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유지수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는 “두 회사가 치열하게 경쟁할수록 소비자들의 선택 폭이 넓어지고, 생산 관리 차원에서도 두 회사의 공장 가동률이 비슷한 수준이 되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이에 대해 “비중 있는 신차가 기아차에 몰리면서 생겨난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올해 하반기 ‘신형 아반떼’와 ‘신형 그랜저’ 등이 현대차에서 나오면 두 회사 점유율은 또 바뀔 것”이라고 밝혔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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