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새바람]조직 ‘다이어트’… 비리 철퇴… “자기혁신 없으면 내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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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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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
비리직원 ‘원 스트라이크 아웃’처벌… 청렴-클린기업 대변신


올해 1월 1일 아침,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이지송 사장은 임원진과 본사 처·실장, 수도권 지역사업본부장 등 간부 80여 명과 함께 경기 성남시 정자동 사옥 뒤편에 있는 불곡산 정상에 올랐다. 이날 이 사장은 ‘뜻이 있어 마침내 이룬다’는 뜻의 유지경성(有志竟成)을 새해 경영화두로 제시했다.

현재 LH에는 부채만 100조 원이 넘는 재무구조의 개선,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 간 조직 융합 등 현안이 산적해 있어 어느 공기업보다도 경영 혁신의 필요성이 크다. LH는 △단기 유동성 위기 극복을 통한 중장기 재무개선 △보금자리주택 등 공적 역할의 성공적 수행 △저탄소 녹색도시 등 신성장 전략사업 육성 △경영 시스템 개선과 창조적이고 역동적인 조직문화 조성 등 4가지를 2010년 경영과제로 꼽고 있다.

○ 조직 슬림화와 하위직급 발탁

LH는 우선 유사하거나 중복된 부서를 중심으로 본사조직을 크게 줄였다. 예를 들어 인사처와 노사협력처는 인사처로, 단지건설관리처와 주택건설관리처로 이원화된 조직은 건설관리처로 일원화했다. 이 과정에서 8개 처·실과 24개 팀이 사라졌다. 또 본사 인원의 약 25%인 500여 명을 현장으로 배치해 생산성 향상을 도모했다. 이 사장의 ‘업무중심, 현장중심’ 지론을 반영한 것이다.

또 LH는 투명 인사 시스템을 구축하고 능력 있는 하위직급을 대거 주요 보직으로 발탁했다.

우선 경영지원부문장을 위원장으로 하고 직급별, 직군별, 출신별 대표자 80명으로 구성한 ‘특별인사실무위원회’를 가동했다. 이 위원회는 주요 보직대상자의 선정기준을 수립하고 검증하는 역할을 한다.

LH는 또 여러 차례의 검증절차를 거쳐 비리 연루자나 징계를 받은 직원, 무능력자, 외부 인사청탁자를 선별해 퇴출시키고 그 자리에 능력 있는 하위직급자를 전진 배치했다. 특히 팀장급 가운데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139개 직위에 대해 연공서열을 배제하고 소관 업무에 정통한 하위직급을 발탁했다.

옛 주공과 토공의 조직 통합을 위한 노력도 이어졌다. 지역본부, 사업본부 등 기관별로 고유 사업 비중이 높았던 부문에서 부서원의 30% 이상을 혼합 배치했다. 이 밖에 본사 내부 및 본·지사 간, 지역·사업본부 현장 및 내근부서 간 순환 인사도 적극적으로 이뤄졌다. LH는 출범 전후에도 직원융합교육을 했고, 직원 간 융합을 전담하는 조직인 변화관리단을 신설하기도 했다.

○ 접대 금지, 입찰 심사위원은 완전 공개

이 사장은 취임 직후 골프 등 업무 관련 모든 사행성 오락을 금지시켰다. 그동안 LH는 본래의 업무상 주택이나 토지 등 국민의 재산권에 깊숙이 관여했기 때문에 그에 따른 비리나 청탁, 부정부패 등 부정적 이미지도 강했다.

이 사장은 “향응으로 골프를 치거나 술을 먹는 것은 일종의 범죄 행위로 내부 인사위원회에 회부할 필요도 없이 즉각 검찰에 고발 조치하겠다”며 강한 톤으로 직원들의 청렴성을 주문했다. LH는 비리 연루직원은 즉시 처벌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시행하는 한편, 공사 홈페이지에도 외부인이 직접 직원들의 비리를 신고할 수 있도록 ‘청렴사이트’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LH는 건설업계의 부조리를 없애고 기술력만으로 경쟁하는 공정한 입찰질서를 이룬다는 취지로 ‘LH클린심사제도’를 도입했다.

과거 LH가 시행하는 각종 입찰의 심사위원은 내부에서 비공개로 선발해왔다. 하지만 현재는 1단계에서 심사부서, 2단계로는 인사 및 감사부서와 임원, 또 마지막으론 입찰참가업체가 검증하는 ‘3단계 절차’로 방식이 바뀌었다. 또 이렇게 선정된 심사위원은 심사 3∼7일 전에 LH 홈페이지와 일간신문을 통해 공개해, 업체 선정과 관련된 이해당사자가 누구인지를 모두가 알 수 있도록 했다.

실제로 올 3월 U-City 구축사업 및 보금자리주택 2차지구 건축설계 심사 때는 심사장에 심사위원 간 담합 등 부정행위를 예방하기 위해 감사실 직원과 간부 직원들로 구성된 ‘특별참관단’이 입회했다. 또 심사결과에 대한 오해를 없앨 수 있도록 심사의 전 과정을 폐쇄회로(CCTV)로 중계해 참여업체들이 관람할 수 있게 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한국수자원공사▼
‘신속-명쾌-틀파괴’ 사운 건 경영혁신…“글로벌 물기업 도약”


1990년대 한국수자원공사의 인사철 풍경. 직원들은 며칠씩 회사에서 밤을 새우면서 실적 보고서 꾸미기에 매달렸다. 글자 크기를 조정하고 예쁜 약물로 문서를 꾸민 뒤 스테이플러로 보고서를 찍고 마지막으로 색종이를 삼각형 모양으로 잘라 스테이플러를 가리면 끝. 업무 실적보다는 보고서에 들어간 정성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는 게 사실이었다. 또 평가 결과와 상관없이 정년이 보장됐기 때문에 막상 낮은 등급을 받는다고 하더라고 크게 신경 쓰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이랬던 수자원공사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 것은 2000년.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따라 수자원공사는 이때부터 1, 2급 직원 250여 명에게 연봉제를 적용하고 다면평가를 실시했다. 3급 이하 직원에 대해서는 노동조합의 반대로 연봉제를 적용하지 못했으나 지난해 12월 전격적인 노사 합의가 이뤄져 전 직원 연봉제를 도입했다.

노조마저 연봉제와 다면평가에 동의한 것은 그만큼 시장 상황이 절박하게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 프랑스 하수처리업체 베올리아 워터가 국내에서 사업을 확장하는 등 물 시장이 사실상 개방됨에 따라 노조도 ‘기업 경쟁력 강화’보다 중요한 명분을 찾지 못한 것이다.

수자원공사의 개혁은 2008년에 본격화됐으며 지난해에 절정에 달했다. 2008년에는 전사적 합의에 따라 전 직원의 11.2%인 475명의 정원을 일시에 줄였으며 필요 없는 부서 13개도 정리했다. 본사 근무 인원도 전체 정원대비 22.3%에서 20.8%로 줄여 조직을 슬림화했다. 이 과정에서 인건비 307억 원이 절감됐으며 노동생산성도 16% 향상됐다는 게 수자원공사 측 설명이다.

지난해 2월에는 임직원들이 자진해서 임금 55억 원을 반납해 조기퇴직자 106명의 전직 지원금으로 사용했으며 신입사원 초임을 13.4% 깎아 인턴사원 265명을 채용하는 데 썼다.

수자원공사 안팎에서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수자원공사가 ‘철밥통 회사’에서 ‘혁신기업’으로 탈바꿈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또 수자원공사 창사 이후 최대 프로젝트인 4대강 살리기 사업과 경인 아라뱃길 사업을 추진하게 돼 국내 최고의 국책사업 수행기관으로 발돋움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수자원공사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글로벌 물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개혁과 혁신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김건호 수자원공사 사장은 “수자원공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순수, 열정, 창조의 핵심가치를 바탕으로 신속(Speed), 명쾌(Simplification), 틀 파괴(reStructuring) 등 3S 원칙에 따라 전사적인 경영혁신을 추진하면 필연적 저항을 극복하고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다”고 직원들에게 강조하고 있다.

수자원공사는 이 원칙에 따라 ‘2010 경영혁신’ 4대 과제를 정하고 올해를 체질 개선과 경쟁력 강화의 원년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사업, 기술 혁신을 통해 기존 사업방식을 전면 재검토하고 새로운 사업모델을 발굴해 미래에 대비 △조직, 인사 혁신을 통해 능력과 성과 중심의 탄력적이고 효율적인 조직 운영체계를 완성 △리더십 혁신을 통해 조직의 역량을 결집하고 변화를 주도할 간부들의 역량을 강화 △재무 건전성을 확보해 지속성장 기반 마련 등이 4대 과제의 내용.

“특히 혁신을 꼭 성공시켜야 한다”는 김 사장의 뜻에 따라 ‘변화는 물처럼, 혁신은 K워터(수자원공사의 영문명)처럼’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최근 4개월간 태스크포스(TF)팀을 가동해 36개 혁신 과제를 찾아냈다. 이 중 당장 실현 가능한 16개는 올해 안에 마무리하도록 시한을 정해 추진 중이다.

김 사장은 “급변하는 경영환경과 불확실한 미래에 대응하기 위한 변화를 모색하지 않는 기업은 생존할 수 없으며 공기업도 예외가 아니다”라며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국가 물 관리체계의 기틀을 마련하고 세계에서도 역량을 인정받는 물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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