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그룹 김상홍 명예회장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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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4일 09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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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홍 삼양그룹 명예회장. 동아일보 자료사진
김상홍 삼양그룹 명예회장. 동아일보 자료사진
삼양그룹 김상홍 명예회장이 23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8세.

60여 년 간 국내 대표 장수기업인 삼양그룹을 이끌어온 고인은 국내 제당, 섬유산업의 거인(巨人)이었다. 1943년 고려대의 전신인 보성전문학교 상과, 1945년 일본 와세다대학 법학부를 나온 고인은 1947년 선친인 수당 김연수 회장이 창업한 삼양사에 입사했다.

만 30세의 젊은 나이에 삼양사 사장에 취임한 고인은 정도경영을 기반으로 현재의 삼양그룹을 키워냈다.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가 화두였던 1950년대에는 제당업에 진출해 '삼양설탕(현재 큐원설탕)'을 생산하기 시작했고, '입는 문제'가 부상했던 1960년대에는 전주에 폴리에스테르 공장을 건설해 화학섬유사업을 시작했다.

1980년대에는 전분당 전문기업인 삼양제넥스를 비롯해 삼남석유화학, 삼양화성 등을 잇달아 설립했으며 사료, 기계, 제분업, 정보기술(IT)로 사업 영역을 넓혀 그룹 경영의 면모를 다졌다. 고인의 경영능력이 돋보였던 때는 외환위기 때였다. 삼양그룹은 외환위기가 발생하기 전부터 경쟁력이 없는 사업에서 철수하고 내실을 기해 외환위기를 큰 어려움 없이 벗어났고, 이 때문에 현금유동성이 좋은 기업이라는 평판을 듣기도 했다.

고인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서울 종로구 연지동에 있는 삼양그룹 본사로 출퇴근하는 등 회사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또 국내 최초의 민간 장학재단으로 삼양사 창업주인 수당 김연수 선생이 1939년에 만든 양영재단, 그리고 고인과 그 자녀들이 1968년 설립한 수당재단 이사장을 역임하며 인재육성에 매진했다. 두 재단은 지금까지 2만1000명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420명의 대학교수에게 연구비를 지원해왔다.
고인은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고 금탑산업훈장(1986), '한국의 경영자상'(1989), 유일한상(2001) 등을 수상했다.

고인과 돈독한 형제간의 우애로 유명한 김상하 삼양그룹 회장이 동생이다. 유족은 부인 차부영 씨와 아들 윤(삼양사 대표이사 회장), 량(삼양제넥스 대표이사 사장 겸 삼양사 사장) 씨와 딸 유주, 영주 씨 등 2남 2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발인은 27일이다. 연락처 02-3010-2631.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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