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금 45위 열살배기 리딩투자증권의 화려한 성적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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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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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새시장 공략 성공… 박철 회장 “승부? 이제부터”

미래에셋-키움 승승장구할 때 ‘창업동기’ 리딩증권만 무명생활
2006년 朴회장 영입후 변신 시작

“될성부른 중소기업 적극 발굴… CB-BW 발행 등 자금조달 조언”
작년 영업익 2008년의 6배 넘어

한국은행 부총재 출신 박철 대표이사 회장이 지휘하는 리딩투자증권이 중소기업과 투자자를 연결하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2009 회계연도 영업이익증가율 1위를 차지하는 놀라운 실적을 거두면서 증권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 제공 리딩투자증권
한국은행 부총재 출신 박철 대표이사 회장이 지휘하는 리딩투자증권이 중소기업과 투자자를 연결하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2009 회계연도 영업이익증가율 1위를 차지하는 놀라운 실적을 거두면서 증권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 제공 리딩투자증권
《지난해 영업이익이 그 전해의 6배를 넘어섰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31%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이처럼 뛰어난 성적을 거둔 곳은 리딩투자증권이다. 외국계와 자본금 1조 원이 넘는 대형사를 포함해 61개사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국내 증권업계에서 자본금(약 1500억 원) 규모로 45위에 불과한 ‘꼬마’가 당기순이익은 15위로 ‘어른’ 대열에 끼어들었다. 리딩투자증권은 2000년 출범한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과 ‘창업 동기’다. 동기들은 초기부터 펀드와 온라인 매매라는 특화 영역을 개척해 승승장구했지만 리딩증권은 ‘만년 무명’으로 머물렀다. 2006년 말 박철 전 한국은행 부총재가 대표이사 회장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성태 전 한은 총재와 한국은행 입행 동기인 박 회장은 경제를 읽는 폭넓은 시각과 탁월한 리더십으로 한은 총재 후보 1순위로 꼽혔던 인물이다. 민간 경영인으로 변신한 그의 실험이 증권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 은행 외면한 中企 자본조달 주력


2009년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식시장이 반등했던 때라 증권사 대부분의 실적이 좋다. 그중에서도 리딩증권이 눈에 띄는 것은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이라는 블루오션을 개척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은 문턱이 닳도록 은행을 찾아다녀 봐야 돈을 빌리기 힘들다.

박 회장은 “은행은 위험을 거는 대가가 너무 낮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가능성 있는 중소기업에 대출해주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지원한 중소기업이 성공했을 때 성과는 공유하지 못하지만 부도가 났을 때 돌아오는 위험은 너무 크다는 것. 이 때문에 기술력과 가능성이 있는 중소기업은 다른 방법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리딩증권은 될성부른 중소기업을 발굴해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등 자금조달 방법을 컨설팅하고 투자자와 연결까지 해주는 ‘메자닌금융’을 2008년 도입했다. 역사적으로 경제 혁신은 대부분 중소기업에서 나왔기 때문에 이들을 돕는 금융의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소명감도 컸다.

박 회장은 “이런 방식의 투자가 성공하려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며 “중소기업 오너를 설득할 수 있는 자금조달 방법을 연구해 내는 것과 적절한 투자자를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중소기업 오너가 CB나 BW로 자본을 조달하게 되면 자신의 지분이 낮아져 경영권이 침해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가장 우려한다. 리딩증권은 경영권을 지키는 적절한 수준의 컨설팅 안을 짤 수 있는 다양한 노하우를 가졌다고 자신한다.

그는 “위험과 이익은 경영진과 투자자가 서로 나눠야지 하나만 갖겠다고 하면 자본주의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설득한다”며 “미국발 금융위기도 어떻게 보면 최고경영자(CEO)와 일부 경영진이 위험은 피하고 이익만 챙기려는 시도에서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선의의 투자자를 잘 물색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렇게 찾은 주요 투자자들이 바로 연기금과 저축은행들. 리딩증권의 계열사로 W저축은행이 있어 시너지 효과를 내기에 좋다. 기존 저축은행의 사업구조는 고객에게 높은 이자를 주고 돈을 모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위험이 높은 곳에 투자해 부실이 생기기 쉬웠다. 하지만 W저축은행은 리딩증권을 통한 중소기업 투자로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잡고 있다.

○ 앞으로 자산관리시장 공략 계획

박 회장은 지난해 두 건의 대형 계약을 성공시켰다. 지식경제부의 ‘국내 부품 소재기업 글로벌 인수합병(M&A) 사업’에 자문 증권사로 선정됐다. 그동안 지경부 자문 역할은 컨설팅회사가 도맡았다. 박 회장은 실무진 프레젠테이션에 앞서 해외, 특히 일본 투자에 강한 리딩증권의 장점을 설명해 심사위원단의 마음을 움직였다. 리딩증권은 일본 자회사인 리딩저팬을 통해 장인급 기술력이 있으나 후계자를 찾지 못한 일본의 중소기업을 발굴해 자본력을 갖춘 한국의 중소기업과 연결해주는 사업을 이미 진행하고 있다.

또 군인공제회의 3500억 원 규모 자산담보부기업어음 유동화 사업 주간사회사로 선정됐다. 모두 리딩증권이 지향하는 투자은행(IB) 사업의 성과다.

박 회장은 “IB사업본부는 2008년 출범했지만 금융감독원 인가를 받은 것은 지난해 말”이라며 “올해는 이 부문의 실적이 더 올라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해 실적이 ‘운’이 아니냐는 일부 시선에 대한 답인 셈이다. 핵심역량이 지속 가능한 성과를 내도록 시스템으로 만들었고 실제로 올해 1분기 주식연계증권(ELB) 공모실적 1위를 차지했다.

미국, 중국 등 출범 초기부터 공들인 해외주식 직접거래 사업도 업계 1위를 고수할 만큼 노하우가 쌓여 있다. 앞으로 이 시장이 커지면 과실을 딸 수 있다고 박 회장은 설명했다. 앞으론 랩어카운트를 키워 자산관리시장도 공략할 예정이다.

그는 “열 살 먹은 기업이 대공황에 맞먹는 금융위기와 두 차례의 경기침체를 겪으면서도 살아남았으니 이제부터는 탄탄하게 커 나갈 일만 남았다”고 자신했다. 승부는 이제부터라는 것이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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