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업체의 추격이 무섭습니다. 이럴 때 한국 기업은 높은 기술력으로 이들을 따돌려야 합니다.”
한국 기업인의 얘기가 아니다. 유르겐 쾨닉 한국머크 사장(사진)의 말이다. 한국머크는 4일 경기 평택시에 연구개발(R&D)센터를 열었다. 액정(液晶), 태양전지, 발광다이오드(LED) 같은 고체광원 등을 개발하는 5층 건물로 50여 명의 연구원이 근무할 예정이다. 독일 화학회사의 한국 지사장이 대만의 추격을 걱정하는 건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 한국의 액정표시장치(LCD) 기업이 자신의 주요 고객이기 때문이다. 머크는 LCD의 주요 소재인 액정을 1888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쾨닉 사장은 R&D센터를 한국에 여는 것과 관련해 “유럽에 R&D센터를 두면 고객사(한국 기업)와 하루면 해결할 일이 며칠씩 걸리기 때문에 신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머크는 이번 R&D센터를 짓기 위해 지난 2년 동안 140억 원을 투자했다. 설비투자와 직원들의 인건비는 제외한 액수다. 쾨닉 사장은 “구체적 설비투자비는 밝힐 수 없지만 건물값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비용이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머크는 지난해 한국에서만 3억4800만 달러(약 3897억 원)를 벌어들였다. 단 380명의 직원이 거둔 성과다. 쾨닉 사장은 “한국머크가 아시아태평양지역의 머크 지사 가운데 매출 1위를 차지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같은 기간 한국 LCD 산업도 계속 성장했다. 그는 “머크는 바스프(스티로폼, 우레탄 등을 파는 독일 화학회사)처럼 혼자 모든 걸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라며 “주요 고객이 발전해야 우리도 함께 발전하기 때문에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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