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유로존 재정위기 ‘소방수’ 잘해낼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30일 03시 00분


금리-환율 조정 불가능… 정책처방 제시 골머리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의 부채 위기가 심화되면서 국제금융위기의 ‘소방수’ 국제통화기금(IMF)의 역할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그리스가 이미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고 포르투갈 스페인 등으로 위기가 확산되면서부터다.

1980년대 남미 부채위기부터 1990년대 아시아 외환위기까지 국제금융시장에서 IMF는 가장 주목받는 국제기구였다. 일시적인 부도 위기를 겪는 나라들은 가장 먼저 IMF에 구원의 손길을 요청했다. IMF 총재의 말 한마디에 세계 각국의 주식시장이 출렁거렸고 IMF가 제시하는 정책처방은 위기 극복을 위한 필수 요건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IMF의 역할은 2000년대 들어 눈에 띄게 축소됐다. 국제금융시장이 안정되면서 IMF가 나설 만한 큰 위기가 거의 없었다. 1990년대 아시아 외환위기 때 살인적인 고금리 등 IMF의 강제적인 정책처방이 너무 가혹했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위기를 겪는 나라들이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길 꺼렸다.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사태로 국제금융위기가 발생한 이후에도 IMF는 주요 20개국(G20)에 소방수 역할을 내줬다.

국제금융시장에서 ‘훈수꾼’으로 전락했던 IMF가 유로존의 부채 위기로 새삼 주목받는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다.


그리스는 IMF로선 10여 년 만에 가장 큰 도전 과제다. 그리스는 1970년대 이탈리아와 영국 이후 처음으로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서유럽 국가다. 유로존 국가인 그리스는 마음대로 금리와 환율을 조정할 수 없어 IMF가 정책처방을 제시하기도 수월하지 않다. 또 유럽연합(EU)의 지원 금액이 더 커 IMF가 주도적인 해결사 역할을 못할 수도 있다.

일단 IMF는 지금까지는 그리스 사태에 대한 초기 대응이 적절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른 유로존 국가들이 미적거리는 사이 IMF는 그리스 사태에 대한 적극적인 해결 의지를 촉구했다. 그리스에 대한 지원 규모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IMF는 즉각 종전 450억 유로(EU 지원규모 300억 유로 포함)에 100억 유로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리스의 구제금융 신청 발표 직후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IMF 총재는 성명을 통해 “IMF가 그리스로부터 대기성 여신의 지원을 요청받아 몇 주 동안 그리스 당국과 기술적인 문제를 놓고 긴밀히 협력해 왔다”며 “IMF는 그리스의 요청에 신속하게 대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스페인 포르투갈 아일랜드 등 다른 유로존 국가들의 부채 위기도 심화되고 있어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국가가 추가로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아일랜드의 경우 지난해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4.3%로 그리스(13.6%)보다 높으며 스페인의 국가부채는 5600억 유로로 그리스의 두 배 수준이다.

국제금융 전문가인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IMF가 지원해야 하는 유로존 국가가 향후 2, 3년 내에 1개 이상 더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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