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큰손’ 중동-중화권 자금 유치 잰걸음

  • 동아닷컴
  • 입력 2010년 4월 22일 03시 00분


“금융위기후 한국에 눈돌려”
자금 국내 유입 큰폭 증가
정부, 투자설명회 잇단 개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외국인 직접투자의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 그동안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던 미국, 일본이 금융 위기 후유증으로 투자금액을 크게 줄이고 있는 가운데 그 자리를 중동·중화권 자금이 메우고 있다. 중동·중화권 국가가 ‘큰손’으로 부상하면서 이들을 유치하려는 정부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 ‘앞으로 더 커질 것’

21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외국인 직접투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2% 줄어든 15억4000만 달러(약 1조7248억 원)에 그쳤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89.9%, 일본이 60.4%로 크게 감소한 반면 중국,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중화권과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권의 국내 직접투자 규모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1분기 1600만 달러에 그쳤던 중동 지역 국가의 국내 투자액은 1억54000만 달러로 877.8% 늘었고, 중화권도 같은 기간 3100만 달러에서 1억5900만 달러로 401.6%의 증가율을 보였다. 이는 새만금 관광개발에 1억5000만 달러를 투자한 사우디의 ‘다르 알 살람(Dar Al Salam) 홀딩그룹’, 국내 상업용 건물 개발에 8300만 달러를 투자한 말레이시아의 한 투자회사 등 중동·중화권 자금이 국내 투자에 적극 나선 덕분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과거 중동·중화권은 국가별 투자금액이 미미해 단일 국가로 집계하지 않고 권역으로 묶어 집계했었다”며 “절대 액수로 보면 아직까지 큰 수준은 아니지만 앞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OTRA 측도 “최종 단계까지 기밀을 유지해야 하는 투자의 특성상 아직 밝히지 못하지만 현재 긍정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중동·중화권 투자 사업이 꽤 많다”고 귀띔했다.

○ 한국 제조-관광-건설 관심

이처럼 중동·중화권 투자가 급증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글로벌 경제 위기 영향으로 기존 선진국 시장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KOTRA는 “얼마 전까지 중동의 해외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한국의 비중은 매우 작았다”며 “금융 위기 여파로 기존 투자 대상국이던 미국, 유럽에서 마땅한 투자대상을 찾지 못하자 비교적 (금융 위기의) 타격이 적은 한국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화권 자금에 대해서는 “중화권 자금은 대부분 중국에서 투자처를 찾지만 최근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한국의 제조업 분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화권 자금의 경우 한국의 기술 노하우를 익힐 수 있는 제조업 분야와 자국 관광객들을 상대하는 관광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중동권 자금은 관광업과 함께 건설, 항만 등 사회기반시설(SOC) 분야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지경부는 설명했다.

KOTRA 금융서비스산업유치팀 송유황 팀장은 “중동권 자금의 경우 지난해 아랍에미리트 원자력 발전소 수주를 계기로 한국의 건설·항만과 같은 대형 인프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정부도 중동·중화권 투자자 유치 활동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KOTRA의 경우 올 5월 홍콩 싱가포르 현지 투자자를 대상으로 투자설명회를 여는 것을 시작으로 중화권 지역에서만 9건, 중동에서 2건의 설명회를 계획하고 있다. 지경부도 각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올 11월 아부다비와 카타르를 순회하는 대형 투자설명회를 개최하는 한편 내년부터 이 같은 중동 지역 투자 설명회를 정례화하고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경부는 “11월 중동 투자 설명회에는 지경부, 지자체 관계자는 물론이고 국내 대형 부동산개발회사 및 은행 관계자들도 동행한다”며 “오전에는 한국의 투자 환경과 산업 현황에 대해 소개하고, 오후에는 일대일 맞춤형 투자 상담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동 투자설명회에는 100여 명의 투자자 및 투자사 관계자들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는 “5월 열리는 상하이 엑스포를 계기로 중화권 자금 유치에 나설 것”이라며 “이와 함께 풍부한 투자여력을 갖고 있는 중동 국부펀드를 대상으로 대형 인수합병(M&A)과 지역개발에 대한 투자유치 활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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