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문가 50명이 말하는 ‘고용 미스매치’ 해결책은?

  • 동아닷컴
  • 입력 2010년 4월 13일 03시 00분


①학력인플레 완화 ②中企육성 ③근무 다양화
은퇴-고령자 취업 위해
규제완화로 새 산업 육성을


고용 관련 전문가들은 일자리 창출의 가장 큰 걸림돌로 ‘기업과 구직자의 눈높이 차이’를 꼽았다. 한마디로 노동시장에 ‘눈만 높아진’ 대졸자가 과잉공급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의 은퇴와 맞물려 ‘은퇴자나 고령자도 일할 수 있는 새로운 산업 육성’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동아일보는 1∼10일 경제계와 학계 등 전문가 50명을 대상으로 일자리 창출 방안 설문조사를 벌였다. 설문 대상에는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300만 고용창출위원회’ 실무위원과 관련 전공 교수 및 경제단체 관계자가 포함됐다.

○ ‘학력 인플레’부터 잡아야

조사 결과 ‘기업과 구직자의 눈높이 차이’가 일자리 창출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답변은 전체의 35.0%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고용 미스매치’ 해결책으로 ‘대학 구조조정으로 학력 인플레이션 현상을 없애 구직자의 눈높이를 낮추거나’(30.3%), ‘중소기업 규모를 키워 괜찮은 일자리를 확대해야 한다’(23.2%)고 제안했다.

정병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한국 청년층의 경제활동 비중이 낮은 이유는 청년들이 고교 졸업 후 노동시장으로 가기보다는 대학에 진학하기 때문”이라며 “문제는 고학력 청년층을 흡수할 만한 대기업의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08년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청년층(15∼24세) 경제활동비중은 26%로 캐나다(67%) 영국(66%) 미국(59%) 프랑스(53%) 등 선진국보다 현저히 낮다. 정 부회장은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 청년층에게 괜찮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줘야 한다”며 “또 한편 경쟁력 없는 대학은 과감히 구조조정을 하고 전문계 고교의 직업교육을 강화해 고용시장의 미스매치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 규제 완화-근로형태 다양화 필요

또 전문가들은 현재의 노동 및 고용 환경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해 개선이 시급한 과제로 ‘다양한 근로형태 확보’(26.0%)와 ‘정규직 사원에 대한 과보호 완화’(23.0%), ‘고용 확대 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22.0%) 등을 꼽았다. 여성 취업을 독려하기 위한 방안으로 ‘시간제, 기간제 등 근로형태의 다양화가 필요하다’(40.2%)는 의견이 가장 많아 비정규직을 포함한 다양한 근로형태 도입이 시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부가 중점을 두고 펼쳐 나가야 할 정책 과제로는 ‘규제 완화 등을 통한 기업의 일자리 창출 촉진’(39.4%)과 ‘고용 창출 효과가 큰 산업의 집중 육성’(28.3%)이 상위에 올랐다. 정부가 지원해야 할 산업으로는 ‘정보기술(IT) 서비스 및 관련 제조업’(22.2%)과 ‘헬스케어 서비스 산업’(21.2%)이 꼽혔다.

최병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노동자를 보호한다지만 실제로는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고 있는 고용 규제를 완화해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 현 정부 일자리 정책 점수는 71점

규제 개혁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고령자 취업을 위한 근본 대책으로 제시됐다. ‘고령자를 위한 새로운 산업 육성’(35.6%)을 추진하려면 각종 산업의 진입 장벽 완화가 수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박영배 한국무역협회 상무는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후 도전할 수 있는 산업은 제조업보다는 서비스 산업”이라며 “고용창출 효과가 높은 서비스 산업의 진입 규제를 풀어야 다양한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대해 100점 만점에 평균 70.8점을 줬다. 정부가 행정인턴제도 등 ‘임시직’ 일자리를 만들어 급격한 고용 감소를 막았지만,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 점은 한계로 지적됐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일자리 창출에 좋다는 정책은 모두 동원한 셈이지만 백화점식으로 검증 없이 추진했다”며 “고용 주체는 기업인데 생산성 향상과는 거리가 먼 미봉책만 난무했다”고 꼬집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단기적, 양적 위주의 일자리 제공에만 그치고 있다는 평가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일자리 관련 설문에 응해주신 분>(총 50명/가나다 순)

강석훈 성신여대 교수
고준형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구자균 한국스마트그리드협회 회장
권영섭 국토연구원 연구위원
김영용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김종석 홍익대 교수
김주찬 광운대 교수
김진일 한국물류협회 회장
김흥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원장
남상만 한국관광협회중앙회 회장
남성일 서강대 교수
박영배 무역협회 상무
박영범 한성대 교수
박종남 대한상공회의소 상무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상무
백양현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지원본부장
서정대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심경우 노동부 서울고용지원센터소장
양준석 가톨릭대 교수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실장
이동응 경영자총협회 전무
이성우 한성대 교수
이영 한양대 교수
이원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이장재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본부장
이정 외국어대 교수
장병갑 미림여자정보화고등학교(마이스터고) 교장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
채창균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
최병선 규제개혁위원회 위원장
최신융 숙명여대 교수
최희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이밖에 삼성, 현대기아자동차, SK, LG, 포스코, 롯데, 현대중공업, GS, 금호아시아나, 한진, KT, 두산, 한화, STX, LS, CJ, 동부, 신세계, 대림그룹의 '300만 고용창출위윈회' 실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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