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식 고마워- 20일 연속 순매수로 코스피 끌어올려 편식 두려워- IT - 車 독식… 중소형주 - 코스닥 소외
기관-개미는 갈수록 위축 환율변수로 매도 전환땐 증시 크게 흔들릴 수도
8일 종합주가지수가 20일 연속 사자에 나선 외국인투자가에 힘입어 또다시 연중 최고치(1,733.78)를 수립했다. 외국인들은 20거래일 연속 총 6조858억 원을 사들이며 연중 최장, 역대 2번째로 긴 연속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주식 보유 비중은 2007년 10월 이후 최대인 33%에 육박했다. 외국인들이 독식하는 전기전자와 자동차 관련주는 강세를 보이지만 중소형주와 코스닥시장은 소외돼 주식시장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외국인 편식종목 수익률 코스피의 2배
8일 주가지수는 전날보다 7.18포인트(0.42%) 오른 1,733.78로 마감해 2008년 6월 19일(1,740.72) 이후 최고치로 올라섰다. 7일 현재 외국인 보유 주식의 시가총액 비중은 32.94%로 커졌다. 외국인 시총 비중은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당시 28%대까지 내려앉았지만 지난해 10월 32%로 늘어난 뒤 4월 초부터 급격히 확대됐다.
외국인들은 3월 한 달 동안에만 6조 원가량의 주식을 샀고 4월 들어서도 7일까지 1조 원 가까이 매수해 올 들어서만 코스피시장에서 7조8000억 원의 주식을 사들였다. 한국 주식을 ‘쓸어 담는다’는 표현을 써도 될 정도의 매수세다.
외국인들의 집중 표적이 된 전기전자와 자동차주는 그 덕분에 큰 폭의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달 외국인들이 2조5000억 원어치를 사들인 전기전자업종은 15% 뛰어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6%)보다 두 배 넘게 올랐다. 자동차주가 주축이 된 운송장비업종도 11% 상승했다.
또 지난달 외국인들이 8122억 원 넘게 순매수한 삼성전자가 10% 오른 것을 비롯해 2039억 원 순매수한 하이닉스는 27%, 2105억 원어치를 순매수한 기아차는 16% 상승했다. 모두 3월 코스피 상승률을 웃돌았다.
곽병열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이 자신들에게 익숙한 기업의 주식에 편중하다 보니 내수주보다는 수출주, 소형주보다는 대형주를 집중적으로 매수하고 있다”며 “단순히 시가총액 순으로 사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라고 말했다. ○ 개인들의 ‘체감 수익률’은 마이너스
개인투자자들이 주로 매매하는 중소형주와 코스닥시장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5일 코스피시장에 상장된 719개 종목 중 70%에 육박하는 456개 종목이 하락해 개인들의 상실감이 컸다. 이날 코스피는 1.50포인트(0.1%) 상승했지만 코스닥지수는 2% 가까이 떨어졌다.
외국인과 달리 기관투자가들이 꾸준히 ‘팔자’에 나서는 것도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3월 국내 기관은 1조724억 원을 순매도한 데 이어 4월 들어서도 1조 원 가까이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에 따라 향후 증시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외국인들만 열매를 따먹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조용준 신영증권 센터장은 “개인들이 펀드에서 돈을 빼면서 외국인들은 오히려 저가에 주식을 대량으로 매수할 기회를 잡고 있다”며 “향후 장기적인 주가 회복과정에서 외국인들이 차익실현에 나설 때쯤 개인들이 뒤늦게 시장에 진입하면 외국인들 배만 불려주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인들의 매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원-달러 환율이 시장의 한계선으로 불리는 1120원 선에 가까워지는 점도 불안요인이다. 지금까지 ‘나홀로 매수’로 시장을 받쳐온 외국인들이 환율 변수로 갑자기 매도로 돌아선다면 타격을 크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전기전자업종에 대한 외국인 순매수 금액이 2000억 원대에서 700억 원대로 줄어들어 매수세가 둔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 매력을 느끼고 투자를 확대하는 것 자체는 나쁘다고 할 수 없지만 대형주 위주로 일시적으로 샀다가 빠져나간다면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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