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산운용사, 글로벌시장 잇따라 ‘노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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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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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소’ 탈피 ‘현지법인’ 추진
미래에셋, 연내 中합자사 설립
한국, 中에 리서치센터 계획
삼성, 홍콩서 펀드운용 모색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올해를 ‘세계화 원년’으로 삼고 해외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외사무소를 두던 형태에서 벗어나 현지법인을 세우거나 아예 현지 자산운용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는 물론이고 외국인투자가의 돈을 끌어 모아 운용하는 선진국의 자산운용사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것으로 반도체나 자동차처럼 한국의 금융회사들이 세계시장에서 코리아 브랜드를 확립할 수 있을지 주목을 끌고 있다.

아직까지는 ‘마젤란펀드’나 ‘매사추세츠 인베스터스 트러스트(MIT)펀드’처럼 역사가 오래되고 운용성과를 자랑하는 펀드가 없고 글로벌 네트워킹이 약하다는 게 단점이다. 하지만 짧은 기간에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의 문턱까지 올라온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중국, 베트남 같은 신흥국가들의 발전 단계를 가장 잘 이해한다는 점이 국내 운용사들의 강점이다.

해외진출을 가장 강력하게 추진하는 곳은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은 올해 중국에서 합자파트너사와 함께 자산운용사를 설립할 예정이다. 11월 자산운용사 설립 허가를 받으면 한국 운용사로서는 처음이고 아시아에서는 세 번째로 중국 본토에 진출하는 것이다.

홍콩, 인도 등지의 현지법인에 이어 아예 중국 본토에 자산운용사를 설립하는 것은 신흥국시장에서는 글로벌 자산운용사와 싸워볼 만하다는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영국의 금융전문지인 인베스트먼트 앤드 펜션 유럽(IPE)에 따르면 미래에셋은 2008년 4월 현재 신흥국 주식시장에 542억 달러를 투자하고 전문인력만 106명을 확보해 영국 바클레이스 글로벌 인베스터를 누르고 신흥국시장 주식투자 1위를 차지했다. 특히 브라질법인이 운용하는 ‘미래에셋 멀티마켓 주식형펀드’ ‘미래에셋배당주펀드’는 현지에서 수익률 1위를 차지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세계 56개국에서 판매 가능한 ‘미래에셋차이나업종대표펀드’ 등을 룩셈부르크에 설정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신흥국은 30%의 비중을 차지하지만 세계 연기금이 신흥국에 투자하는 규모는 아직 5% 선이다.

미래에셋 측은 “투자규모 면에서 보면 이미 미래에셋이 시장을 선점했다”며 “특히 신흥국들의 성장단계를 보면 한국이 가장 비슷한 산업화 단계를 겪었기 때문에 한국이 이들을 가장 잘 이해하고 투자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도 최근 한 포럼에서 “올해가 해외진출의 원년”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한국투자운용도 1, 2년 안에 중국에 합자운용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9월 홍콩 현지법인을 설립했고 이를 거점으로 중국 본토 및 범(汎)중국에 투자하는 펀드를 운용할 계획이다. 올해는 중국 본토에 리서치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한국운용은 지난해까지는 태스크포스(TF) 형태였던 해외진출 전략 인력을 경영전략실로 분리하기도 했다.

홍콩과 싱가포르에 현지법인을 둔 삼성자산운용은 2015년까지 아시아 최대의 자산운용사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삼성은 “국내에서 총 94조 원을 운용하는 노하우를 인정받아 지난해 9월부터 일본 노무라자산운용의 해외펀드에서 한국 운용을 맡고 있고 2007년에는 태국에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및 운용노하우를 수출했다”며 “앞으로는 홍콩 및 싱가포르 법인을 거점으로 현지에서 펀드를 운용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금융중심지 지원센터 관계자는 “국내 자산운용사는 네트워킹이나 인지도 면에서 해외의 유수 자산운용사와 비교해 큰 강점이 없지만 아시아 지역 틈새시장은 공략할 수 있다”며 “특히 위기에도 쉽게 꺾이지 않는 한국경제의 저력이 확인되고 있고 ‘한류’ 등으로 한국의 호감도가 상승하고 있어 잘만 공략하면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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