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人事 ‘권력 입김 의혹’ 불러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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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서 부적절 발언 김우룡 방문진이사장 사퇴

“진위 떠나 발언 자체 잘못”
여권 이사들도 사퇴 촉구
방문진, 보궐이사 선임 요청
신동아 “내용 가감없이 보도”
金이사장 “할 말 없다”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은 17일 신동아 인터뷰가 공개된 후 “진의가 왜곡, 과장됐다”고 즉각 해명했으나 결국 이틀 만인 19일 자리에서 물러났다. 발언의 진위를 떠나 MBC 대주주인 방문진 최고 수장으로서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지적이 방문진 야권은 물론이고 여권 이사들로부터도 나왔기 때문이다.

김 이사장은 이날 오후 2시에 열린 방문진 임시이사회에 참석해 “당시 기자에게 한 말이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고 부풀려진 내용도 있다”며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밝힌 후 이사회장을 떠났다. 그러나 방문진 대변인인 차기환 이사는 “여권 이사들조차 이번 사건을 그냥 넘기기 힘들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그런 발언을 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것이 이사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야권 이사들은 김 이사장에 대한 불신임안을 냈으나 여권 이사들의 제안으로 자진 사퇴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김재철 MBC 사장도 오후 4시 기자회견에서 “방문진 수장이 전혀 근거 없는 내용으로 MBC가 마치 권력에 굴종하는 것처럼 비하했다”며 “공영방송 MBC를 관리 감독할 수장으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날 취임식을 열 예정이었지만 취소했다.

김 이사장은 방문진 이사회와 김 사장 기자회견이 끝난 뒤 오후 4시 45분경 방문진에 전화를 걸어 사퇴 의사를 전했다. 김 이사장은 사퇴 의사를 밝히기 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할 말이 없다”고 짧게 말했다.

김 이사장은 신동아 인터뷰에서 김 사장과의 갈등과 엄기영 전 사장의 사임 과정 등을 언급하면서 MBC 인사에 권력기관이 개입한 듯한 발언을 해 파문을 일으켰다.

김 이사장은 ‘김재철 사장, ‘큰집’ 불려가 ‘조인트’ 맞고 깨진 뒤 좌파 정리했다’는 제목의 인터뷰에서 엄 전 사장 후임으로 김 사장을 선임한 것에 대해서 “쉽게 말해 말귀 잘 알아듣고 말 잘 듣는 사람이냐가 첫 번째 (사장 선임) 기준이었다”며 “엄 사장이 나가면서 이제 공영방송을 위한 8분 능선은 넘어섰다. MBC 내의 ‘좌빨’ 80%는 척결했다”고 말했다.

신동아 측은 “김우룡 이사장 인터뷰는 기사화를 전제로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9일 2시간가량 이사장실에서 이뤄졌으며 발언 내용은 가감 없이 전했다”며 “이에 앞서 2월 9일에도 서울프라자호텔 1층 커피숍에서 1시간 반 동안 김 이사장과 MBC 사태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김 이사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에 당혹스러워하면서 이번 일이 방송 개혁을 막으려는 세력에 악용될 것을 우려했다. 조해진 대변인은 “김 이사장은 (신동아) 보도로 불필요한 오해와 논란이 촉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결과적으로 책임을 지기로 결정한 것으로 본다”며 “김 이사장의 결정을 존중하며 신임 이사장은 이런 점을 감안해 신망과 존경을 받으며 방송개혁을 더욱 충실하게 추진할 수 있는 분이 선임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김 이사장의 사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이번 사퇴를 계기로 여당에 대한 정치적 공세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노영민 대변인은 논평에서 “김 이사장의 사퇴는 사필귀정”이라며 “하지만 김 이사장의 사퇴로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MBC 인사와 관련해) 국정조사를 통해 사실 관계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최기화 MBC 홍보국장은 “김 이사장이 사퇴했지만 민형사 소송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은 현재로서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연보흠 MBC 노조 홍보국장은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의혹이 해소되기 전까지 김 사장의 취임식을 막을 것”이라며 “김 이사장이 사퇴하지 않으면 다음 주부터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는데 사퇴한 만큼 이제는 정리가 되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방문진은 김 이사장의 공석을 메우기 위해 방송통신위원회에 보궐 이사 선임을 요청했고, 방통위가 보궐 이사를 선임하면 이사들이 호선을 통해 새 이사장을 선출한다. 방통위는 보궐 이사의 경우 공모하지 않는 전례가 있어 김 이사장 후임 이사 선임도 공모 없이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 현 방문진 이사진의 임기는 2012년 8월 8일까지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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