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 몇 방울이면 집에서 암 예진 ‘OK’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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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RI,바이오칩-리더 개발

집에서 간단하게 혈액 몇 방울로 암을 예진(豫診)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전기적인 방법으로 혈액 성분을 분석해 간암이나 전립샘암, 대장암을 비롯한 각종 질병의 유무나 진행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반도체 바이오센서 칩과 리더’를 개발했다고 17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바이오센서 최정상급 학술지인 ‘바이오센서스 앤드 바이오일렉트로닉스(Biosensors and Bioelectronics)’ 15일자에 실렸다.

이 기술은 암 발병 시 혈청 내 특정 단백질의 농도가 높아지는 것을 활용했다. 기존의 바이오센서 기술을 이용할 경우 사람마다 혈액의 수소이온지수와 이온 농도가 다르기 때문에 희석이나 보정 작업을 거쳐야 질병 인자를 감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ETRI는 세계 최초로 혈청 및 혈장에서 희석 없이 단백질을 분석하는 ‘전기적 질병인자 감지법’ 개발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혈액에 여러 가지 처리를 거쳐야 분석이 가능하던 기존 방법과 달리 반도체 바이오센서 칩에 혈액 몇 방울을 떨어뜨린 뒤 리더에 넣으면 30분 만에 검사 결과를 볼 수 있게 됐다.

ETRI는 이번에 확보한 핵심기술에 대해 국내 바이오 관련 우수 기업들과 기술이전을 진행하고 있으며 휴대전화 등에서도 질병상태를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ETRI는 이 장비를 진단 검사실이 구비되지 않은 1차 진료기관이나 보건소, 실버타운, 일반 가정 등에서 널리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성건용 ETRI 바이오센서연구팀장은 “바이오 칩의 세계 시장 규모는 2008년 기준 20억 달러 규모인데 이번 기술 개발로 미국과의 차세대 바이오센서 기술경쟁에서 우리가 한발 앞서게 됐다”며 “암 이외에도 단백질이 질병의 진단과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다른 질병으로 활용범위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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