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투데이]美재할인율 인상은 금융비상조치 정상화 시작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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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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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위원회가 2008년 12월 재할인율을 1.25%에서 0.5%로 인하한 지 14개월 만에 0.25%포인트 인상했다. 중국과 인도가 지급준비율을 인상한 데 이어 미국 연준마저 재할인율을 올리자 글로벌 출구전략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늘고 있다.

그런데 미국 연준은 왜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가 아닌 재할인율을 올렸을까? 만약 어떤 이유가 있어 재할인율을 먼저 올린 것이라면 이 조치가 조만간 있을 연방기금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것일까? 이러한 의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미국 연준이 의도하고 있는 출구전략의 전체 구도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2월 1일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하원에 보고하는 자료에서 연준의 출구전략 구도를 자세하게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연준의 출구전략은 세 단계다. 첫째 단계는 금융시스템 붕괴에 대비한 비상대응 조치의 정상화다. 단기대출 프로그램의 중단이 주로 포함된다. 의도적인 유동성 흡수라기보다는 시장 상황 정상화에 따라 지원규모를 축소시키는 작업이다. 둘째는 의도적으로 과잉 유동성을 흡수하는 단계다. 예를 들어 그동안 유동성 공급을 위해 매입했던 국채나 모기지채권을 팔거나 은행들이 연준에 예금할 때 적용하는 금리를 올리는 조치다. 마지막 셋째는 전방위적으로 유동성을 흡수하는 정책금리 인상이다.

세 단계 중 재할인율 인상은 어디에 속할까? 첫째 단계다. 재할인율 인상에 따른 유동성 흡수효과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재할인 창구는 자금사정이 어려운 은행들이 중앙은행으로부터 시장보다 높은 금리에 돈을 빌리는 비상창구다. 이 때문에 대외신인도 타격을 우려한 은행들은 웬만해선 재할인 창구를 찾지 않는다. 게다가 재할인율은 과거에 대체로 정책금리보다 1%포인트가량 높게 유지돼 왔는데 이번 재할인율 인상 후에도 그 차이는 0.5%포인트에 불과해 아직도 과거보다 차이가 적다. 즉 이번 인상은 유동성을 흡수하려는 의도보다는 비상 국면에서 지나치게 낮췄던 재할인율을 정상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이해할 수 있다.

미국의 출구전략은 이제 시작 단계다. 연준은 앞으로도 재할인율을 추가로 더 올릴 것이고 그 다음에는 과잉 유동성을 흡수하기 시작할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경제에 큰 충격이 없다는 점이 확인될 때 연방기금금리를 올리는 것이 연준의 계획이다. 다만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이 남유럽 문제와 신흥(이머징)국가의 긴축 우려로 불안한 상황을 이어가고 있어 연준은 첫 단계부터 지뢰밭을 걷고 있다.

향후 1, 2년 안에 미국도 정책금리를 올리게 될 것이다. 경제가 정상화되는 만큼 정책금리 정상화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재할인율 인상을 바로 정책금리 인상의 신호로 보기에는 시간과 중간절차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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