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관료들, 亞 개도국서 경제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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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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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규 전 부총리-남상우 전 부원장 등 전현직 인사
해당국 요청 따라 경제개발 컨설턴트로 파견 예정

권오규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남상우 전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원장, 고형권 기획재정부 국장 등 경제부처와 국책연구기관의 전·현직 인사들이 베트남 캄보디아 몽골 등 아시아 개발도상국의 ‘경제정책 코치’로 활동하게 됐다. 한국의 경제정책 전문가가 경제개발 노하우를 직접 전파하는 형태의 공적개발원조(ODA)는 이번이 처음으로 국격(國格)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재정부는 올해 경제발전 경험 공유사업(KSP·Knowledge Sharing Program)의 중점 지원국으로 선정된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우즈베키스탄 등 4개 국가에 경제 컨설턴트를 1명씩 보내고 몽골에 2명의 자문관을 파견하기로 했다고 22일 밝혔다.

KSP는 한국의 경제발전 경험을 개도국에 전수하는 일종의 컨설팅 사업으로 한국형 공적개발원조의 대표 모델이다. 이번에 중점 지원국으로 선정된 나라들은 지난해 “한국 경제의 발전과정에서 핵심 업무를 담당한 인사들로부터 직접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조언을 받고 싶다”는 뜻을 한국 정부에 전달했다. 이들 국가는 한국이 파견하는 컨설턴트들을 통해 실업문제 같은 현안의 해법뿐 아니라 거시경제 정책 수립과 관련해 포괄적인 조언을 받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재정부는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 각각 권 전 부총리와 남 전 KDI 부원장을 대표 컨설턴트로 보내기로 했다. 우즈베키스탄과 캄보디아의 대표 컨설턴트로는 현정택 전 KDI 원장과 강문수 전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이 거론되고 있다. 컨설팅 기간은 3년으로 한국과 해당 국가를 오가면서 활동하게 된다.

컨설턴트들은 모두 세계은행,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통화기금(IMF) 같은 국제기구에 근무했고 영어가 능통하며 지원 대상국에서도 인지도가 높다는 공통점이 있다. 남 전 KDI 부원장은 베트남 기획투자부의 자문관으로 활동해 현지 고위 관료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권 전 부총리는 과거 인도네시아 경제개발과 관련해 자문에 응한 경험이 있어 인도네시아 재무부 장관이 특별히 조언을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들 대표 컨설턴트를 중심으로 나라마다 10∼15명의 전문가로 이뤄진 프로젝트팀을 구성해 다음 달부터 해당국에 파견하기로 했다. 주형환 재정부 대외경제국장은 “베트남 캄보디아 등지에서는 여러 개의 경제발전 경험 공유사업이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이를 종합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대표 컨설턴트들이 ‘총감독’으로서 현지 정부에 경제정책 전반에 관한 조언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IMF의 구제금융을 받을 정도로 심각한 경제위기에 직면했던 몽골 재무부의 자문관에는 고형권 재정부 국장(전 대통령 국정기획수석실 선임행정관)이 22일 공식 임명됐다. 몽골 중앙은행 총재 자문관에는 이병래 재정부 국장(전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금융선진화팀장)이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 이 국장이 선임되면 몽골 경제정책의 양대 축인 재무부와 중앙은행 자문관을 한국 관료가 동시에 맡게 된다. 1년간 몽골에서 상주하면서 활동할 예정인 고 국장은 “한국이 외환위기를 모범적으로 극복한 덕분에 외국 재무부의 자문관으로 일하게 됐다”며 “국책사업 타당성 분석 모델 개발, 국부펀드 조성, 경제개혁 과제 평가 같은 업무를 통해 실질적인 도움을 주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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