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규제 개혁의 하나로 앞으로 고궁(古宮)에서 국가 외빈을 접대하는 파티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매우 바람직한 결정이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만찬도 경복궁 경회루에서 한다고 하니 한국 건축의 아름다운 진면목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경회루는 임금이 신하들과 연회를 하거나 외국 사신을 위한 만찬 장소였다. 오랫동안 일반에 공개되지 않아 그 진가를 볼 기회가 없었으나 몇 년 전 경복궁이 전면적으로 개축되면서 일반에 공개됐다. 영국, 프랑스 같은 나라의 왕궁 연회장에 비해 손색이 없다. 인왕산 치마바위와 북악산이 받쳐주는 주변 경관 역시 감탄이 절로 나오게 하는 절경이다.
아마 왕조 시대에는 궁궐 안에도 높은 담장이 있어 하급관리는 경회루의 절경을 볼 수 없었나 보다. 세종대왕 때 숙직을 서던 한 하급관리가 평소 듣기만 하던 경회루를 보고 싶어 몰래 월담을 했다가 혼자 거닐고 있던 세종대왕과 마주쳤다. 하급관리가 “경치에 너무나 취해 큰 죄를 저질렀다”며 용서를 빌자 세종대왕은 그 관리의 시재(詩才)를 춘추(春秋)의 문구로 시험했다. 이에 하급관리가 합격해 특진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미국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1980년대 초 영국을 국빈 방문했을 때 런던 외곽의 윈저성에서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주최하는 만찬에 참석해 만찬사를 하는 것이 생중계됐다. 당시 런던에 출장 중이던 필자는 그 장면을 TV로 보면서 우리나라도 언제쯤 이러한 멋있는 파티를 개최할 수 있을까 부러워한 기억이 있다.
G20 정상회의의 경회루 만찬은 참석자들의 위상이나 장소 면에서 윈저성 미영(美英) 정상의 만찬보다 못할 것이 없는 세기적인 이벤트다. 이 같은 고궁의 활용은 잠자는 문화재를 적절히 이용하는 좋은 사례다.
고궁의 담을 관리하는 당국에 제안을 하고 싶다. 경복궁, 창덕궁 등 고궁의 돌담도 생각을 조금만 바꿔서 60% 정도는 그대로 보존하고 40%는 투명한 유리 담으로 대체하는 것이 어떨까. 요즘 이와 같은 목적을 충족시킬 수 있는 좋은 건축 자재가 많다. 고궁의 아름다움을 외부에 알리는 정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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