댁의 자녀는 세뱃돈 은행에 저축하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15일 20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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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뱃돈으로 자녀들의 주머니가 모처럼 두둑해졌다. 아이들이 쓰도록 내버려두면 게임기로, 옷으로 사라져버릴 가능성이 높다. 세뱃돈돈을 경제교육의 매개체로 삼으면 어떨까. 특색 있는 경제교육법을 실천하고 있는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 김성근 삼성증권부산중앙지점 지점장, 차문현 유리자산운용 대표의 비법을 들어봤다.

강 회장은 얼마 전 중학교에 진학하는 막내딸과 함께 영화 '아바타'를 보고 난 뒤 어떤 기업의 주식을 살지 의논했다.3차원(3D) 영화 기술을 보유한 회사가 좋겠다는 딸에게 경쟁업체가 많아지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토론 끝에 부녀는 입체영화상영에 일반 영화보다 2배가량 비싼 관람료를 받는 극장에 투자하기로 했다.

강 회장 부녀는 평소에도 주식을 주제로 한 대화를 그치지 않는다. 인터넷 동영상을 즐겨 보는 딸이 '메가스터디' 종목을아버지에게 묻고, TV에서 탄력 있는 피부를 과시하는 50대 여자 연예인을 함께 보다가 보톡스 관련 기업을 검색해보는 식이다.강 회장은 "아이들에게 항상 무언가 소비할 때 어떤 회사가 돈을 버는지를 생각하라고 가르친다"며 "그 회사의 주인이 되는 가장빠른 방법이 주식을 사는 것이라는 점을 이해하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김 지점장은 고교생인 두 자녀에게 초등학생 때부터 용돈을 주고 돈을 남겨오면 그 금액만큼 더 보태 꾸준히 저축하도록했다. 용돈 기입장에 지출 목록을 쓰는 것도 지금까지 자녀들이 빼먹지 않고 하는 일이다. 아이들이 게임CD를 사달라고 조를 때면통장에 있는 돈으로 사라고 한다. 아이들은 자기 돈을 쓰는 것을 아까워해 선뜻 사지 못한다는 것.

김 지점장은 "세뱃돈을 부모가 나중에 모아서 준다며 가져가지만 실제로 돌려주는 일은 많지 않아 신뢰만 잃고 교육적효과도 없다"며 "작은 돈이라도 자녀가 직접 관리하며 저축하는 즐거움을 경험하도록 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휴일과 주말이면부산과 경남지역의 저소득층 가장을 대상으로 '재테크 강연'을 하는 그는 "일용직에 종사하는 분들이 '왜 이런 걸 이제야가르쳐주느냐'고 할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며 "자녀에게 가난을 물려주지 않으려면 어릴 때부터 돈 관리하는 법을 꼭 가르쳐야한다"고 강조했다.

차 대표는 강원도에서 장교로 군 생활을 하는 아들에게 입대 전 월급 130만 원 중 생활비 30만 원을 뺀 50만원씩을 각각 적금과 펀드에 넣자고 제안했다. 대신 28개월 뒤 모인 돈의 2배를 인센티브로 주겠다고 약속했다. 리스크 없이 연5%의 이자를 받는 적금과 위험을 감수하고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펀드의 장단점을 스스로 느껴보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는 지난달 펀드에서 40%의 수익이 나왔다며 자랑하던 아들에게 "진정한 수익이 아니다"며 "연 10%정도의 수익을 목표로 장기 투자하라"고 주문했다. 차 대표 아들은 이제 스스로 포트폴리오를 짤 만큼 경제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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