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게이머용 주변기기 만드는 대만업체 ‘조위’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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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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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름한 아파트 ‘5·5·5 대원들’
6만원짜리 ‘특별한 마우스’ 생산

《6만 원이 넘는 마우스, 3만 원이 넘는 마우스패드….

이런 기기는 컴퓨터를 살 때 ‘덤’으로 주는 제품이다. 하지만 조위라는 회사가 만들면 값이 훌쩍 뛴다. 조위는 게임용으로 특화된 컴퓨터 주변기기를 만드는 회사인데 프로게이머를 위해 제품의 세밀한 곳까지 신경을 쓰기 때문이다.

이 회사가 만드는 건 마우스와 마우스패드, 게임용 헤드세트인데 일반적인 제품과 약간씩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마우스의 두 버튼 사이에 있는 휠은 일반 마우스보다 훨씬 무겁고 튼튼해 격렬하게 마우스를 흔들어도 실수로 잘못 움직이는 일이 거의 없다. 마우스패드는 발포고무의 기포 크기까지 조절해 굴곡 없이 매끄럽다.》
마우스패드 3만원에도 작년 30만장 이상 팔아

“감촉-무게까지 섬세하게 체크 또 체크
격렬하게 움직여도 안미끄러지게 만드는게 핵심”


조위는 2008년 창업 후 처음에는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회사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마우스를 만들어 납품했다. 하지만 프로게이머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하나씩 자체 브랜드 제품을 선보이게 됐다. 그 결과 지난해 판매를 시작한 자체 상표의 마우스패드는 장당 평균 25달러(약 3만 원)의 가격에도 불구하고 30만 장 이상 팔려나갔다. 조위는 대만과 중국, 미국에서 제품을 팔고 있으며 한국에도 일부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 경쟁력은 디테일

대만 중소기업들은 여간해선 인테리어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경쟁력과 관계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조위도 마찬가지였다. 타이베이의 한 허름한 아파트에 자리 잡은 조위의 사무실은 낡아 삐거덕거리는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야만 했다. 사무실은 회의실을 제외하면 푸르스름한 형광등 불빛 아래에 의자가 일렬로 늘어선 단순한 구조였고, 그 탓에 책상에 놓인 기계는 컴퓨터라기보다는 재봉틀처럼 보였다.

하지만 직원들이 하는 일은 봉제공장의 단순노동과는 전혀 다른 일이었다. 열다섯 명의 직원 가운데 3분의 1은 디자이너다. 이들은 제품의 외관은 물론이고 인체공학적 편리함까지 고려한다.

조위의 빈센트 탕 사장도 디자이너 출신인데 기자에게 하얀 플라스틱으로 만든 마우스 모형 두 개를 보여줬다.

겉보기엔 아무런 차이가 없어 보였지만 손에 쥐어보니 하나는 편하고 하나는 다소 불편했다. 엄지 아래쪽 살이 두툼한 부분에 닿는 곳의 크기가 미세하게 달랐기 때문이다. 디자이너들은 이런 작은 불편을 반복해서 개량하는 일을 한다.

다른 3분의 1은 재료전문가다. 마우스패드를 만드는 방수천, 고무패드, 땀이 흘러도 미끄러지지 않게 만든 마우스 겉면용 플라스틱까지 다양한 소재를 연구하고 개발한다. 그리고 나머지 인원은 프로게이머로 직접 게임 대회에 참가해 상도 타오는 선수들이다. 이들이 조위의 디자이너와 재료전문가들이 만든 시제품을 직접 사용해 보고 불평을 늘어놓으면 나머지 직원들이 제품을 개선한다.

○ 게임기기의 ‘깁슨’을 꿈꾸다

처음에는 대만 프로게이머들이 조위의 기계를 테스트했지만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최근 조위는 해외의 스타 게이머들에게도 자신들의 제품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대표적인 선수가 유럽선수권대회에서 수차례 1위를 했던 스웨덴의 카운터스트라이크 선수 ‘스폰’이다. 카운터스트라이크는 마우스를 이용해 테러리스트와 총격전을 벌이는 게임이라 마우스 움직임이 격렬하다. 조위는 빠르고 격렬한 마우스 움직임에 맞춰 마우스패드를 땀을 흡수하지 않는 재질로 만들었고 아주 작은 발소리도 또렷하게 잡아낼 수 있도록 저음과 고음을 뚜렷하게 분리해 재생하는 헤드세트를 만들어 사용하게 했다. 이런 헤드세트는 음악을 감상하기엔 별로 좋지 않지만 게임에는 유용하다. 스폰은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회사에 알렸고 조위는 이를 바탕으로 최근 플라스틱으로 만든 특수 마우스패드까지 선보였다.

이는 미국의 유명 기타회사 깁슨과 비슷한 성공 방식이다. 깁슨이 처음 만든 전자기타를 록그룹 레드 제플린의 지미 페이지 같은 유명 기타리스트가 사용하면서 유명세를 얻었다. 이후 깁슨은 이런 음악가들의 의견을 반영하며 기타를 개선해 세계 최대의 기타 제조사로 성장했다.

탕 사장은 “조위가 만들려는 제품은 프로게이머를 위한 제품이지만 프로게이머들의 의견을 반영한 최고의 제품을 대량 생산해 게임에 관심을 가진 마니아들에게도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제품을 이용할 기회를 주려 한다”고 말했다.

○ 한국에서 인정받고 싶다

최근 이 회사는 한국의 KT롤스터 게임단과도 새 마우스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미 시제품을 개발해 한국에 보냈고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일단 스타크래프트용 마우스를 만들기 위한 시도지만 장기적으로는 한국과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다중접속롤플레잉게임(MMORPG)용 제품을 개발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조위에 따르면 유럽에서는 카운터스트라이크와 같은 총격전 게임이 인기가 높지만 한국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선 리니지와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등의 MMORPG가 대세다. 탕 사장은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이나 닌텐도 ‘위’ 같은 게임기시장이 강세라 우리 같은 PC 게임용 제품 회사로서는 온라인게임을 즐겨 하는 유럽과 아시아 시장을 노려야 한다”며 “특히 온라인게임 강국인 한국 시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타이베이=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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