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이스토피아? 웨스토피아? 스마토피아? 디스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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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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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이후 세계경제는?… ‘시나리오 플래닝’ 기법으로 전망한 미래상

[1] 이스토피아 시대? 아시아 파워 한층 세지면서 서구 대기업 영향력 약화
[2] 웨스토피아 시대? 美 경제위기 극복하면서 시장 자본주의 다시 부상
[3] 스마토피아 시대? 국가간 협력-타협 중시로 기업들 더많은 규제 직면
[4] 디스토피아 시대? 원자재값 급등-인플레 극심… 잦은 분쟁 세계경제 불안정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잦아드는 가운데 새로운 10년이 시작됐다. 금융위기 자체가 워낙 이례적인 현상이었던 탓에 많은 전문가도 2010년 이후 세계경제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 쉽사리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컨설팅회사 딜로이트가 발행하는 경영 전문지 딜로이트리뷰 최신호는 미래 예측에 자주 쓰이는 ‘시나리오 플래닝’ 기법을 활용해 금융위기 이후 미래상을 전망했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변화의 핵심 요소와 불확실성 요인을 조합해 발생 가능한 여러 가지 미래의 모습(시나리오)을 그려내고 각 시나리오에 대한 대응책을 찾기 위해 만들어진 경영기법이다. SK 등 많은 기업이 이 기법을 활용해 불확실한 환경에 대처해왔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 창간 2주년 기념호(2월 1일자)에 실린 4대 시나리오의 주요 내용과 시사점을 간추린다.

○ 이스토피아(EASTOPIA) 시나리오

이스토피아 시나리오의 핵심은 ‘큰 정부와 아시아 경제의 위상 강화’다. 이스토피아에서는 각국 정부가 민간 부문에 적극 개입함으로써 자유시장 시대의 질서가 사라진다. 개발도상국, 특히 아시아 각국의 국영기업 및 국부펀드의 영향력이 날로 커지는 반면, 서구 대기업은 내수시장 침체로 영향력이 약화된다. 세계 원유 생산 감소로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은 한층 강화된다.

이스토피아 시나리오는 다양한 측면에서 향후 미국 경제가 어떤 어려움에 처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미국 기업이 서구와 전혀 다른 기준과 규제를 갖고 있는 신흥시장에서 사업을 하는 게 점점 어려워질 수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사이먼 존슨 교수는 “미국의 현재 모습은 ‘잃어버린 10년’ 동안의 일본과 유사하다. 당시 일본은 용기 있게 상황을 돌파하지도 못했고,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의 파리드 자카리아 편집장도 “군사적 우위를 제외하면 산업, 금융, 교육, 사회, 문화 등 많은 면에서 미국 중심의 권력구도가 사라지고 세계 권력이 재분배될 확률이 높다”고 전망했다.

○ 웨스토피아(WESTOPIA) 시나리오

웨스토피아의 핵심은 ‘작은 정부와 미국 경제의 건재’다. 미국 경제가 금융위기를 무사히 극복함에 따라 작은 정부와 효율을 강조하는 시장 자본주의가 재부상한다. 여러 개발도상국은 불안정성과 취약성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다만 러시아의 강경한 태도, 에너지 가격 상승, 환경오염 문제는 논란과 불확실성을 가중시킬 수 있다.

미국 다트머스대의 스티븐 브룩스, 윌리엄 월포스 교수는 “중국과 인도가 미국을 따라잡았다고 보는 건 시기상조다. 부상 중인 국가와 이미 부상한 국가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미국 카네기 국제평화단의 관계자는 “민주주의라는 정치 개혁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중국의 경제성장은 한계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하워드 베이커 전 미국 상원의원은 “케네디 정권 시절 공화당은 사형선고를 받은 상황에 처했지만 1968년 재집권에 성공했다. 이후 공화당은 다섯 차례에 걸친 대통령선거에서 네 번이나 이겼다. 공화당은 작은 정부, 세금 감면, 자유, 안보 증진에 역점을 뒀기 때문에 지금껏 권력을 유지해왔다. 몇 년 내 공화당은 분명 재집권에 성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스마토피아(SMARTOPIA) 시나리오

스마토피아의 핵심은 ‘국제사회의 협력 및 안정성 강화’다. 과거의 잘못을 뉘우친 서유럽과 이를 관대히 받아들인 동유럽이 서로 힘을 합친다. 이데올로기, 국익, 경쟁보다는 국가 간 협력과 타협이 중시되는 시대다. 정부 프로그램과 각종 정책은 친환경 기술 개발을 촉진하고 자원 활용의 효율성을 도모한다. 미국과 그 우방국은 여러 분쟁 지역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며, 기업 운영은 정부의 각종 규제와 통제를 따른다.

스마토피아가 오면 기업들은 현재 미국 경제 모델이 제시하는 것보다 더 많은 정부 규제와 직면해야 한다. 세금이 늘고, 규제 범위가 확대된다. 경제성장률도 완만해져 소비자의 가처분 소득이 줄고, 재산을 늘리는 일도 예전만큼 쉽지 않다. 그러나 안전성, 안보, 지속가능성의 증진 등을 통해 저성장의 단점을 상쇄할 수 있다.

전 주유엔 싱가포르대사인 키쇼어 마부바니 씨는 “미국도 국제사회에서 실용주의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받아들일 것이다. 미국의 강점은 문제를 해결할 때 언제나 실용적이고 상식적인 접근을 취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미국 프린스턴대의 존 아이켄베리 교수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이 국제사회에서 중국과 같은 신흥강대국이 설 자리를 마련해줘야 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세계은행 등에서 신흥국에 더 많은 발언권을 줘서 국제사회를 안정시키는 게 미국에도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 디스토피아(DYSTOPIA) 시나리오

디스토피아의 핵심은 ‘국제사회의 반목 강화와 세계경제의 불안정성 심화’다. 세계 인플레이션은 고공 행진을 기록하고, 자국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고자 각국 정치지도자들은 다른 국가와의 분쟁을 조장한다. 테러리스트들은 이 불안한 정국을 이용하려 든다. 공급 제한, 지정학적 불안, 잘못된 정부 정책 등으로 에너지 및 공공재 가격이 치솟는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의 칼럼니스트인 로버트 카건 씨는 “냉전이 끝났을 때 국제사회의 갈등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거라는 기대가 많았지만 결국 환상에 불과했다”며 “향후 10년간 지정학적 우위를 점하고자 하는 강대국 간 대립, 민주주의와 독재정권 간 대립, 이슬람 극단주의와 세속적 문화 간 대립이 세계를 불안하게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전 편집장 빌 에모트 씨는 “아시아 경제의 성장은 아시아와 서구 국가 간 대립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 아시아 국가들끼리의 대립도 생길 수 있다. 중국, 인도, 일본이 동시에 아시아 강대국의 위치를 점하고 있는 현 상황은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3국이 서로 우호적이고 상호보완적 역할을 수행한다면 아무 문제가 없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우려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국내 첫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50호(2010년 2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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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안 성공 노하우/제안서 핵심은 신뢰…약점도 서술하라
각종 사업 제안과 입찰에서 고객을 설득하기 위한 첫 단추는 제안서다. 제안서를 작성할 때는 결론 부분을 먼저 배치해 의사결정권자가 쉽게 판단할 수 있도록 피라미드식 논리구조를 활용하는 게 좋다. 초안부터 완벽하게 작성하려는 욕심이 제안서 작성을 두려운 일로 만든다. 어깨에 힘 빼고 가장 쉬운 부분부터 작성하다 보면 글쓰기 공포증을 극복할 수 있다.

▼ 위기관리 트레이닝/거짓말은 스캔들에 불을 붙인다
유명인의 스캔들은 웬만한 기업의 위기와 견줄 만하다. 스캔들을 해명하면서 거짓말을 하거나 남을 탓하면 불난 집에 기름 붓는 것이나 다름없다. 침묵 또한 능사가 아니다. 대응의 타이밍을 놓치고 비난을 키우는 부작용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본인은 쏙 빠지고 소속 조직이 전면에 나서는 대응법도 적절하지 않다. 전문가와 상의하고 스스로 나서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게 바람직할 때가 많다.

▼ 전쟁과 경영/쓰시마 정벌: 때론 전투 없는 전쟁도 있다
1419년 왜구가 중국 요동 침공을 위한 대규모 원정에 나서자 태종은 왜구의 근거지인 쓰시마정벌을 강행했다. 지역주민이 대부분 산으로 피신해 조선군은 제대로 된 전투 없이 주요 지역을 장악했지만 군 내부에서 ‘전투 회피’ 논란이 벌어졌다. 일부 조선군은 제대로 지형지물을 파악하지 못한 채 작전을 벌이다 큰 피해를 봤다. 원칙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자기방어에만 관심을 갖는 조직에서 이런 비극이 벌어질 수 있다.

▼ 사기의 리더십/진시황의 리더십 집중해부
열세 살의 나이에 왕위에 오른 진시황은 어떻게 천하를 통일했을까. 진시황은 성년이 될수록 권력에 대한 야심을 키워갔다. 반란을 신속하고 무자비하게 진압하면서 전국시대 최강국의 지도자로서 권력을 키워갔다.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의 성장 스토리를 전한다.

▼ Harvard Business Review/변화를 방해하는 6가지 브레이크
한 글로벌 유통회사에 부임한 새로운 최고경영자(CEO)의 첫 지시 사항은 1000개 팀을 해체하고 이들의 업무를 인수인계를 받은 리더십팀과 함께 3개의 가장 중요한 추진 과제를 도출하는 것이었다. 전임 CEO가 너무 많은 팀을 관리하며 경영하다 보니 회사 전체를 교착상태에 빠뜨렸기 때문이다. 새로운 리더가 변혁의 과제를 압축해 제시하자 조직구성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최신호에 실린 조직 변화의 지혜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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