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문의 해, 시작부터 ‘빨간불’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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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울시내 호텔 1월 투숙률 10%P 급감

정부가 2010∼2012년을 ‘한국 방문의 해’로 선포하고 한국 관광을 세계적으로 알리려는 사업에 시작부터 ‘빨간불’이 켜졌다. 1월 서울시내 호텔의 객실 점유율이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관광공사는 뒤늦게 호텔들에 “‘3+1혜택’(3일 투숙할 경우 1박 무료) 등을 도입하면 해외에 홍보해 주겠다”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지만 ‘뒷북 행정’이라는 지적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서울시내 주요 호텔의 객실 점유율은 지난해 1월과 비교해 평균 10%포인트 정도 떨어졌다. 마포구 도화동의 가든호텔은 지난해 1월 75%에서 올해 1월 61%로 14%포인트, 중구 장충동의 그랜드앰배서더호텔은 12%포인트가 감소했다.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과 중구 남대문로 밀레니엄서울힐튼은 각각 10%포인트 떨어졌고, 일본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중구 충무로의 세종호텔은 9%포인트 하락했다.

2월 예약 상황은 1월보다 더욱 심각하다. 통상적으로 호텔의 예약률이 거의 객실 점유율로 이어지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2월의 객실 점유율은 전년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적게는 7%포인트에서 많게는 40%포인트까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호텔업계에서는 ‘환율 효과’가 사라지면서 일본인 관광객이 급감한 것을 가장 큰 이유로 보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내 관광 활성화의 첨병인 한국관광공사는 뒤늦게 호들갑을 떠는 모습이다. ‘한국 방문의 해’ 선포식이 2008년 10월에 있었지만 1년 2개월 동안 눈에 띄는 관광 활성화 대책을 내놓기는커녕 이제야 호텔들에 해외 홍보를 제안했다. 한 호텔 관계자는 “지금까지 관광공사는 한국 방문의 해와 관련해 호텔들과 협력한 것이 전혀 없다”며 “올해 1월 중순쯤 처음으로 호텔 관계자들을 불러 ‘3+1’혜택 등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참 관광공사 사장의 기관 장악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미 지난달 중순부터 외국인 관광객 감소가 예상됐지만, 이 사장은 지난달 18일 기자간담회에서 “1월 외국인 관광객이 전년과 비교해 늘어나는 경향”이라고 말했다. 이는 관광공사 직원이 사장에게 수치가 늘어난 특정일의 통계만 보고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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