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올해 화두는 “해외로”

  • 동아닷컴
  • 입력 2010년 1월 22일 03시 00분


국내시장 수익 한계 달해
산업-하나-기업은행
동남아-中시장 본격 공략
우리-신한은 美시장 관심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움츠러들었던 국내 은행들이 다시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금융시장 발전단계가 한국보다 뒤처진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주요 무대이며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은 미국의 일부 교포은행도 국내 은행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민영화 과정에서 수신기반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 때문에 줄곧 해외은행 인수를 타진하고 있는 산업은행은 최근 매물로 나온 태국 시암시티은행(SCIB) 인수를 추진 중이다. 민유성 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은 최근 태국을 방문해 현지 금융당국과 SCIB 인수 문제를 논의했다. 태국 내 7위권 은행인 SCIB는 태국중앙은행이 지분 47%와 경영권을 올해 상반기 중 공개 매각할 방침으로 2월 초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산은은 올해 태국 외에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은행 2, 3곳과 우즈베키스탄 은행 1곳을 인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우리금융지주는 미국에서 교포가 운영하는 은행 중 가장 큰 로스앤젤레스(LA)한미은행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경영권을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최근 투자의향서(LOI)를 LA한미은행 측에 보냈으며 앞으로 협상이 빠르게 진행될 경우 3월경 구체적인 성과물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금융은 미 동부에 현지법인인 우리아메리카은행이 있기 때문에 미 서부에 위치한 한미은행을 인수하면 시너지를 높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신한은행은 신한아메리카은행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신한아메리카가 부실해지자 경영진이 구조조정을 위해 본사 핵심 인력을 파견하는 등 미국 시장 개척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하나은행은 올해 중국 지린은행에 3억1600만 달러(약 3602억 원)를 투자해 지분 18.44%를 확보할 예정이다. 동북 3성을 중심으로 중국 투자은행(IB) 시장 개척에도 나설 계획이다. 또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인 ‘PT뱅크하나’는 지점을 5∼10개로 늘릴 예정이며 현지 중견은행을 추가 인수할 계획도 갖고 있다.

기업은행은 아시아에 특화된 은행을 목표로 인도네시아 현지 은행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현지에 실사단을 파견해 인수합병(M&A) 가능성이 있는 3, 4개 은행을 면밀히 점검한 뒤 정부와 상의해 인수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국내 은행 간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예대마진 수익은 갈수록 줄고 있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필요가 있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외 진출을 자제해왔던 은행들이 최근 적극적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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