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가 삼겹살 납품가 올린 까닭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18일 21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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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형마트의 '가격 전쟁'에서 매출이 가장 높은 품목은 무엇일까요? 지난 주말 대형마트들이 각각 수 억 원어치를 판 서민의 식품, 삼겹살입니다. 그런데 롯데마트가 최근 양심적으로 삼겹살 납품가를 가격 전쟁 이전 수준으로 높인 사실이 본보 취재 결과 밝혀졌습니다.

평소 삼겹살 100g을 국내 육가공 회사로부터 1330원에 납품 받아 1880원에 팔던 롯데마트는 이마트의 가격인하가 시작된 7일 삽겹살 판매가를 100g당 970원으로 떨어뜨리면서 납품가도 1100원으로 후려 쳤었죠.

하지만 13일 삼겹살 납품가를 1330원으로 '정상화'했습니다. 이마트는 14일 삼겹살 가격을 다시 100g당 870원으로 내렸고, '이마트보다 무조건 10원 싸게'를 내건 롯데마트는 '울면서' 860원으로 인하했습니다. 고로 롯데마트는 현재 삼겹살 100g을 1330원에 납품 받아 860원에 팔고 있습니다.

롯데마트는 왜 삼겹살 납품가를 올렸을까요. 롯데마트 관계자는 "돼지 한 마리(약 50kg)를 잡아도 삼겹살은 10kg 정도에 불과하다"며 "나머지 돼지 부위는 고스란히 재고 부담을 안는 육가공 회사들의 사정을 감안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대형마트 가격 인하의 진원지인 이마트 측은 평소 100g당 1400원이던 삼겹살 납품가를 이번에 1100원으로 낮춘 후 다시 올리지 않고 있습니다. 삼겹살 뿐 아닙니다. 이마트에 공산품을 납품하는 한 회사 관계자는 "이마트의 요구에 못 이겨 우리로선 마지노선까지 납품가를 낮췄다"며 "소비자들이 품질을 의심할까봐 정상 가격으로 높여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털어놨습니다.

"납품회사 마진은 그대로 두고 대형마트 마진만 내리겠다"던 이마트의 공언은 거짓말이 아닌지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이마트는 7일 1차 가격인하로 신선식품 수급에 차질을 빚자 15일 2차 인하 때는 공산품 비중을 높였습니다. 그리고는 18일 가격을 또 내렸습니다. 납품업체는 죽어나지만, 대형마트는 손님이 늘어 매출이 10% 정도 증가했습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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