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시장을 움직이나]김운렴 아식스스포츠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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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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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하다 떠오른 ‘워킹화’ 주력 상품으로

고어텍스 원단 사용해 품질 높여
마라톤화도 국내점유율 60% 1위
국내 대회 후원으로 인재 양성
아침에 신문 크게 읽어 뇌건강 챙겨

김운렴 아식스스포츠 회장은 “걷기 운동으로 건강을 회복한 후 워킹화 전도사가 됐다”며 “기술력으로 만든 아식스 워킹화로 회사를 도약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변영욱 기자
김운렴 아식스스포츠 회장은 “걷기 운동으로 건강을 회복한 후 워킹화 전도사가 됐다”며 “기술력으로 만든 아식스 워킹화로 회사를 도약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변영욱 기자
서울 강서구 등촌동 등촌 삼거리 부근의 아식스스포츠 사옥 옥상엔 3m 길이의 큼지막한 우레탄 소재 운동화 모형이 놓여 있다. 멀리서도 눈에 잘 띄어 이 지역 랜드마크가 된 이 모형은 지난해 중국 베이징 올림픽 즈음에 만들어졌다.

지난달 30일 이 사옥에서 만난 김운렴 아식스스포츠 회장(72)은 “국내 패션산업은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싼 인건비에 밀려 힘겨운 상황”이라며 “기술 경쟁 우위에 있는 한국의 운동화 기술로 워킹화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고 말했다.

○ 뇌경색 후 워킹화에 도전장

아식스스포츠 건물에 들어서자 ‘아식스’ 로고가 가슴에 새겨진 감색 점퍼를 입은 임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지난해 매출 1700억 원을 올리고 올해도 전년 수준의 매출을 예상하는 아식스스포츠는 내년엔 2010억 원의 매출을 목표로 삼고 있다. 2010년 2010억 매출….

이젠 나이가 들어 1주일의 절반만 회사로 출근한다는 김 회장은 정장 차림에 빨간색 넥타이를 매 정정한 인상이었다. 지난해 뇌경색으로 쓰러졌는데도…. 당시 의사는 그에게 말했다. “매일 한 시간씩 걷기 운동을 해 보세요. 무리한 뛰기 운동은 몸에 무리를 주지만 걷기는 부담 없이 몸과 뇌를 회복시켜 줄 테니까요.” 그래서 김 회장은 1년여를 매일 한 시간씩 아내와 걸었다. 서울 용산구 이촌1동 자택 주변과 한강변을 걸으면서 김 회장은 생각했다. “그래, 몇 년 전 잠깐 내놨다가 그만둔 워킹화를 다시 시장에 내놓자.” 걷기 운동의 효능 때문이었을까. 뇌경색 후 생겼던 김 회장의 말더듬 증세가 사라졌다. 아식스의 워킹화는 최고경영자의 뼈저린 병고를 통해 탄생한 셈이다.

아식스스포츠가 올 9월 한국 시장에 내놓은 워킹화는 등산화에 쓰이던 고어텍스 원단을 사용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지난 1년간 걷기 운동을 해 온 김 회장의 아이디어였다. 이 워킹화는 일본 고베에 있는 아식스 본사 스포츠공학연구소가 50년 동안 축적한 데이터를 기본으로 쿠션감, 유연성,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미국 발병의학협회(APMA), 한국걷기연맹(KAPA)의 인증도 받았다. 도로나 공원에서 빠르게 걸을 때 신는 피트니스 워킹화, 산책과 쇼핑 등 일상생활 속에서 신는 액티브 워킹화, 거친 노면과 자연에서 즐기는 트레일 워킹화, 자세와 체형 교정용 뷰티 워킹화, 편안한 컴포트 워킹화 등 종류도 다양하게 내놨다.

○ 신의의 경영철학

일본 아식스 본사는 올해로 창립 60주년을 맞았다. 1949년 일본 고베에서 오니쓰카 기하치로 씨가 ‘스포츠를 통해 아이들의 건전한 육성에 보탬이 되겠다’라는 바람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아식스란 사명은 라틴어로 ‘건전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ANIMA SANA IN CORPORE SANO)’란 문구의 머리글자를 딴 것이다.

운동화와의 인연은 뜻밖에 맺어졌다. 김 회장은 숭실대 경제학과를 나와 미국으로 건너가 위스콘신주립대, 노던일리노이대 경제학과 석사과정을 마치고 귀국해 형제들과 국내 섬유회사인 원창물산을 차렸다. 1970, 80년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옷을 만들어 미국 유명 백화점과 마트에 연간 7000만 달러씩 수출하며 탄탄한 중견기업을 일구던 때였다.

어느 날 아식스 창업주 오니쓰카 씨가 그를 찾아왔다. “당신 회사의 뛰어난 봉제 기술로 한국 내 아식스 사업을 맡아 주시오.” 이때부터 그의 운동화 인생이 시작됐다. 이후 경쟁회사인 미국 나이키의 필 나이트 회장도 찾아와 “나이키와 거래하자”고 부탁했지만 김 회장은 단호히 거절했다. “제 경영 철학이 신의와 믿음입니다.”

아식스의 마라톤화는 국내 마라톤화 시장에서 60% 이상의 점유율을 갖고 있는 1위 상품이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때 황영조 선수는 소속사인 코오롱의 마라톤화 대신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의 양해를 얻어 아식스 마라톤화를 신기도 했다.

김 회장은 스포츠 인재 양성에도 깊은 관심을 보여 동아마라톤대회, 조선일보 춘천마라톤대회, 대한육상경기연맹, 대한배구협회, 삼성전자 육상단,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등을 공식 후원하고 있다.

뇌 건강을 위해 매일 동아일보를 크게 소리 내어 읽는다는 김 회장은 말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만섭 전 국회의장과 신문에 나온 시사 이슈들로 이야기를 나누는 게 요즘 소일거리예요. 신문을 읽으면 어떻게 경영해야 할지가 보인다니까.”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김운렴 회장은

―1937년 평남 출생
―1959년 숭실대 경제학과 졸업
―1962년 미국 위스콘신주립대 졸업
―1964년 미 노던일리노이대 석사과정 수료
―1965년 범양사 입사
―1982년 원창물산 대표이사
―1994년 한국섬유수출산업상 수상
―1995년 아식스스포츠 대표이사 사장
―1999년 한국의류산업협회 회장
―2001년 제38회 무역의 날 철탑산업 훈장 수상
―2004년 제14회 한국섬유대상(내수부문) 수상
―2005년 아식스스포츠 대표이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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