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는 지금 ‘통합 사옥’ 추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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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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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증권-카드 등 한곳에 모아 업무효율성 높여라”
KB-우리금융 등 본격화

경기회복의 훈풍이 불면서 금융그룹들이 새 터전을 마련할 준비를 하고 있다.

금융그룹들이 은행과 증권, 카드, 보험 등 분야별로 곳곳에 흩어져 있던 계열사들을 한곳으로 모으는 작업에 착수한 것. 계열사 집결은 경기회복 이후 인수합병(M&A)을 통한 금융권 새판짜기가 예상되는 가운데 그룹의 결집력을 키우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 KB금융 우리금융 새 건물 탐색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은 통합 신사옥 건설을 검토한다. 서울 종로구 청진동을 비롯해 종로구와 중구 일대 재개발 지역을 염두에 두고 가능성을 저울질하고 있다.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의 통합 신사옥 설립은 아직 용지 검토 단계로 실현되려면 최소 3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 본점은 ‘네 집 살림’을 하고 있다. KB금융지주와 여신부문은 서울 중구 명동, 전략·재무·인사 담당 부서는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여의도본점, 마케팅과 상품부문은 여의도동 세우회 빌딩, 카드부문은 종로구 내수동에 위치해 있다. 이 때문에 몇 년 전부터 국민은행은 서울역 앞 대우빌딩 인수나 여의도 서울국제금융센터(SIFC) 입주를 통해 통합사옥을 장만하려 했지만 모두 실현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엔 어느 때보다 경영진의 의지가 강해 실현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금융그룹은 계열사를 여의도로 모으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우리투자증권은 여의도동에 건설될 파크원 오피스타워 매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금융그룹은 서울 중구 회현동에 있는 우리은행과 여의도의 우리투자증권을 비롯해 10개 우리금융그룹 계열사를 여의도 한곳에 집결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대기업 금융계열사들도 ‘헤쳐모여’에 한창이다. 롯데그룹은 롯데카드, 롯데캐피탈 등 서울 강남에 흩어져 있던 금융계열사를 남대문 롯데손해보험 사옥으로 이전시킬 계획이다. 삼성그룹 역시 올 10월 삼성증권과 삼성카드가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본관 건물로 이전해 근처에 있는 삼성생명과 함께 ‘삼성 금융타운’을 조성할 계획이다.

○ 금융상품 복합화-외형확대 경쟁 대비

금융그룹들은 계열사 집결의 이유로 금융상품 복합화 바람을 꼽는다. 최근 은행과 증권, 신용카드를 엮어 패키지로 판매하는 복합 금융상품들이 인기를 끌면서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한 유기적인 협조체제가 필요해졌다는 것이다.

특히 은행 중심 금융그룹의 경우 금융지주 임원이 주요 계열사 임원을 겸직하는 사례가 늘면서 계열사 집결의 필요성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 KB금융그룹의 경우 황영기 회장 사퇴 이후 강정원 행장이 KB지주 회장 대행을 맡으면서 은행과 지주의 전략, 재무 등 주요 분야를 겸직하는 임원들이 늘어났다. 하지만 계열사가 흩어진 탓에 명동과 여의도를 하루에도 2, 3번씩 오가는 불편을 겪는 상황이다.

금융권의 외형확대 경쟁이 가시화하는 것도 금융그룹 계열사 집결의 배경이라는 분석이 많다. 경제위기로 주춤했던 금융권 인수합병 논의가 재점화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금융그룹들이 계열사 집결을 통해 조직의 효율성을 높여 상황변화에 대비하려 한다는 것.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2000년을 전후해 인수합병으로 대형화한 금융회사들이 경제회복 조짐에 따라 산재돼 있는 계열사를 재정비하는 추세”라며 “이는 금융상품 복합화 등에 대비해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높이고 조직효율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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