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조선업 10년 1등, 中에 뒤집혔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7일 03시 00분


中, 수주잔량도 추월… 한국, 고부가가치 선박에 집중

한국이 10년 동안 지켜온 조선산업 세계 1위 자리를 처음으로 중국에 내주게 됐다. 조선은 반도체와 함께 세계 1위를 차지하며 한국 제조업과 수출을 이끌어온 ‘쌍두마차’였다.

6일 국제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인 클라크슨과 조선업계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중국의 수주잔량은 5496만2018CGT(표준화물선 환산 톤수·선박의 화물 총량에 배 종류에 따른 가중치를 곱한 단위)로 한국의 5362만6578CGT를 앞섰다. 세계 시장 점유율은 중국이 34.7%, 한국이 33.8%.

수주잔량은 전체 수주량에서 이미 건조가 완성돼 인도한 물량을 제외한 물량이다. 조선업체의 역량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한국은 2000년 2월 일본에 앞선 이후 줄곧 수주잔량 세계 1위를 지켜왔다.

○ 정부 지원 업고 ‘저가 상선’ 싹쓸이

중국 조선업계의 약진은 중국 내 기업들의 발주량이 늘어난 데서 첫 번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중국 해운업계는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자국 조선업계에 집중적으로 상선을 발주했다. 양정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엄청난 외환보유액을 지닌 중국은 자국 기업에 배를 발주한 외국 선사들에 선박구입비의 최대 90%까지 빌려주고 있다”며 “중국의 자국산업 육성책이 업계 판도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풀이했다.

반면 한국에 발주하는 선주들은 대부분 유럽 또는 북미 선사인데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로 신규 발주를 거의 못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신규 수주량부터 한국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올 들어 10월 말까지 신규 수주는 중국이 270만 CGT(점유율 52.3%)로 한국의 164만 CGT(31.8%)를 크게 앞섰다. 척수 기준으로도 중국은 142척을 기록해 전 세계 발주량(264척)의 절반 이상을 휩쓸었다. 한국은 총 56척을 수주했다.

○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활로 모색

현재 상황을 ‘저부가가치 제조업’이 중국에 넘어가는 과정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9월 말 현재 업체별 수주잔량에서는 한국의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STX조선,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조선이 여전히 세계 1∼6위를 지키고 있다.

선종별로도 부가가치가 높은 초대형 유조선(VLCC),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드릴십, 대형 컨테이너선 등의 분야에서는 한국이 중국을 앞서고 있다. 중국 조선업계는 기술력보다는 노동집약적인 저가 상선을 싹쓸이해 1위에 올랐다.

한국 업체들은 고부가가치 선박에 더욱 집중하고 나머지 역량은 플랜트 수주나 신재생에너지 사업으로 방향을 돌려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조선업의 역전 현상이 다른 제조업에 전파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 이만용 연구위원은 “현재 중국은 기존 로테크(Low-tech) 산업의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고부가가치 기술 산업에도 투자해 빠르게 키우고 있다”며 “한국은 고부가가치 기술 및 산업군에 대한 집중도를 높여야 경쟁 우위를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수주 물량은 확보했으나 선주가 제때 선박을 인수하지 않거나 지급시기를 늦춰 자금난을 겪는 조선사에 대한 금융 지원을 강화하기로 하는 등 최근 조선·해운산업에 대한 지원책 마련에 나섰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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