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성장률 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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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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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서비스업 10년6개월만에 첫 마이너스 성장
여행-음식업도 타격… “대유행땐 GDP 7.8% 감소”

최근 사이판 여행을 다녀온 김재인 씨(32·서울 용산구 한남동)는 출국 비행기 안에서부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비행기 안이 텅텅 비었을 뿐만 아니라 현지 리조트 호텔도 적막감이 들 정도로 한산했다.

신종 인플루엔자A(H1N1)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면서 실물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노약자 어린이 임산부 등을 가족으로 둔 소비자들이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공공장소에 되도록 가지 않으려 하는 바람에 여행업계를 비롯해 학원, 음식점, 영화관, 유통업체 등 서비스업종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3분기 교육서비스업 국내총생산(GDP)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0.1% 감소해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1분기(―0.3%) 이후 10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교육서비스업은 지난해 4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1.7% 성장한 뒤 올해 1분기 1.5%, 2분기 1.0% 등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나 홀로 강세’를 이어간 분야다.

교육서비스업이 3분기에 갑자기 침체된 데는 ‘학파라치’ 도입 등 정부의 사교육 규제 효과가 컸지만 신종 플루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한은은 분석했다. 한은 관계자는 “신종 플루 영향의 폭을 정확히 가늠할 수는 없지만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기피함에 따라 학원을 비롯해 음식숙박업, 여행업 등이 타격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두투어 측은 “9월 이후 해외여행을 떠난 고객이 예년의 50% 수준”이라며 “미국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지난 주말 이후부터는 예약을 취소하는 고객이 더 늘었다”고 말했다.
반면 3분기 보건 및 사회복지 GDP는 전년 동기 대비 8.8%나 급증했다. 서비스업 전체가 1년 동안 0.8%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보건 부문은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한 것이다. 병원을 찾거나 신종 플루 관련 예방상품을 구매한 사람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신종 플루가 경제에 미칠 영향은 확산 속도가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전문가들은 신종 플루 감염자 및 사망자 수가 빠르게 늘어나 대유행(Pandemic) 단계에 접어들거나 새로운 바이러스로 변종될 경우엔 정상적인 경제활동조차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신종 플루가 대유행 단계에 이르면 단순히 서비스산업의 수요 감소에 그치지 않고 소비심리의 둔화로 제조업 생산이 줄어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

미국 의회예산처는 신종 플루가 1910년대 스페인독감 수준으로 확산된다면 미국의 음식숙박업과 문화오락 서비스업 성장률이 평상시의 5분의 1로 떨어지고 운수보관업 성장률도 3분의 1에 머물 것이라고 예상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종 플루가 대유행으로 번질 경우 한국의 GDP가 7.8%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임 위원은 “아직까지 신종 플루가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심각한 수준이 아니지만 올겨울 어느 정도 선까지 확산을 억제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신종 플루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지나치게 과장해서는 안 된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이흥모 한은 해외조사실장은 “교육과 서비스업은 어느 정도 악영향을 받겠지만 세계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과거에 비해 의학적 대처 수준이 크게 발전했기 때문에 백신이 본격적으로 투입되기 시작하면 사람들의 공포도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김정안 기자 jkim@donga.com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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