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카페]일자리 안 는다고 투자세액공제 없앤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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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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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기업 투자의지 꺾으면
결국은 국가경쟁력만 손실

동우화인켐이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일본 스미토모화학의 100% 자회사입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본사가 있고 전북 익산시, 경기 평택시에 공장과 연구소가 있습니다. 이 회사가 한국에 만든 일자리는 2000여 개에 달합니다.

이 회사를 소개한 이유는 최근 벌어지는 임시투자 세액공제 제도의 폐지 논란 때문입니다. 임투세액 공제는 기업이 설비 투자를 하면 세금을 일정 부분 깎아주는 제도입니다. 국내 기업들은 이 제도로 작년에 약 2조1000억 원의 세금을 면제 받았죠. 기업들은 투자를 독려하는 이 제도를 폐지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읍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제도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높습니다. 기업(특히 대기업)이 투자를 많이 해도 일자리가 늘어나는 등의 혜택이 없다는 것이 반대 이유입니다. “대기업들은 요즘 국내보다 해외 일자리를 더 늘린다. 이들의 투자를 돕는 데 헛돈을 쓰는 대신 고용비용을 직접 지원하는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주장은 일면 타당합니다. 수년째 기업이 투자를 늘려도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는 현상이 되풀이돼 정부는 고민에 빠져 있습니다. 기업들이 해외 생산을 늘리고 공장 설비를 자동화한 탓입니다. 이 영향으로 청년실업은 매년 늘어나고 있죠. “일자리는 해외로 빼돌리고 손은 한국 정부(한국민의 세금)에 벌렸다”는 비판이 나올 만도 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승리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느냐입니다.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 조선(造船)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한 국내 기업들은 하나같이 과감한 투자로 성공의 기반을 만들었죠. 이런 기업을 많이 가지고 있어야 국가의 살림살이도 좋아지는 것입니다.

앞서 소개한 동우화인켐이 만든 2000여 개의 일자리는 오로지 LCD 분야의 세계 1위 기업인 삼성전자 때문에 생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회사 매출의 대부분이 삼성전자에 LCD용 편광필름 등 소재를 공급하는 데서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삼성전자가 LCD산업에서 밀려난다면 동우화인켐과 같은 회사는 당장 2000개의 일자리를 없애고 한국을 떠나게 될 것입니다.

이런 일자리를 더 만들기 위해서라도 삼성 현대 LG와 같은 글로벌기업을 두 배, 세 배로 늘리는 것이 정책의 목표가 돼야 합니다. 정부가 투자를 독려하는 정책 방향을 접는다면 기업은 경쟁력을 높일 동기를 하나 잃게 될 것입니다. 혹시라도 재정건전성 악화로 세 수입을 늘리자는 것이 제도 폐지의 배경이라면 정부의 경쟁력(효율성)을 높여 예산을 아끼는 것이 먼저입니다.

김용석 산업부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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