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소녀용 게임이 인기래

  • 입력 2009년 9월 21일 21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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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쉐 공부를 하기 위해 성을 나왔어."(공주)

제빵사(파티쉐)가 되려는 공주의 목표는 아버지보다 더 유명한 제빵사가 되는 것. 최근 닌텐도DS용으로 발매된 게임 '프린세스 베이커리'는 소녀를 제빵사로 만드는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하지만 본래 게임 개발업체인 일본 '글로벌에이엔터테인먼트(GAE)'가 내놨을 때 원제목은 '해피 마이 스위트(디저트)'였다. 제빵사가 되는 과정에 초점이 맞춰졌던 이 게임에서 '공주'가 부각된 것은 국내로 들어온 후부터. 이 게임의 라이선스 및 유통을 맡은 사이버프론트코리아는 판타지 게임을 좋아하는 10대 소녀층을 겨냥해 '공주'라는 뜻의 '프린세스'를 제목에 넣었다. 퍼블리싱팀 백수현 과장은 "10대 소녀들이 휴대용 비디오 게임기의 새로운 소비층으로 떠올라 이들을 겨냥한 것"이라고 말했다.

스트리트파이터, 피파 시리즈 등 남성 위주의 대전이나 스포츠 게임들이 여전히 비디오 게임 업계 히트작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최근 소녀층을 겨냥한 게임들이 잇달아 발매 되며 비디오 게임 시장에도 새로운 변화가 일고 있다.

소녀를 자극하라… 부드러워진 비디오 게임

1990년대 '프린세스 메이커' 등 PC 게임으로 인기를 얻었던 소녀용 게임이 최근 비디오 게임 업계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왜색 짙은 일본 만화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게임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미국, 유럽발(發) 게임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KOTRA는 최근 비디오 게임업계 소녀 게이머들이 부각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에서 게임회사 '유비소프트'의 예를 들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소녀용 게임 타이틀로만 1억5000만 달러 매출을 냈다. KOTRA LA코리아비즈니스센터의 김준규 과장은 "비디오게임이 액션게임 중심의 남성들 전용 게임이라는 인식이 사라진 셈"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경향은 닌텐도DS로 대표되는 '휴대용' 게임기가 비디오 게임 시장에서 각광을 받으며 점점 뚜렷해졌다. 최근 닌텐도DS용 게임 중 '프린세스 베이커리'를 포함해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 '소녀적 연애혁명 러브레보', 화장(化粧) 게임 '메이크업 프린세스', 소녀용 게임의 아이콘처럼 불리는 '프린세스 메이커' 등 10대 소녀를 겨냥한 게임들이 잇달아 발매됐다.

비교적 선 굵은 비디오 게임을 내놓았던 소니엔터테인먼트가 최근 내놓은 리듬액션 게임 '하츠네 미쿠-프로젝트 디바'는 '미쿠'라는 10대 아이돌 스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게임으로, 직접 옷을 갈아입히고 음악까지 만들 수 있게 했다. 패션, 미용, 음악 등 10대 소녀들의 관심 소재를 모두 게임에 포함시켰다.

소녀용 게임의 특징은 △아름답고 예쁜 또래 소녀가 주인공으로 등장 △상대를 무찔러 이겨야 하는 '약육강식' 형 게임이 아닌, '육성' 게임 위주 △주제는 미용, 패션, 다이어트 등 △대형 스케일, 현란한 그래픽 대신 알록달록하고 아기자기한 '순정만화' 식의 그래픽 등을 들 수 있다. 최근에는 10대 소녀 게임시장에 20대 이상 여성들이나 남성들도 주 소비층으로 부각되고 있다.

소녀용 게임이지만 '소녀'에 갇힐 수 없다

미국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협회(ESA) '2009년 컴퓨터와 비디오게임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전체 게이머의 약 40%가 여성이었다. 특히 10대, 혹은 그 이하 소녀 게이머들이 시장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NPD에 따르면, 미국에서 2008년 4월부터 올해 4월까지 2~12세 연령층의 소녀들이 구매한 비디오게임 타이틀은 총 14억 달러에 달하고, 이는 전체 비디오게임 타이틀 매출액의 약 7%를 차지한다.

액션, 스포츠 등 일반적인 비디오 게임의 경우 개발 기간만 2~3년 정도가 걸리며 개발 인력 역시 많게는 100명 이상이 붙는 편이지만 소녀용 게임은 단순한 그래픽과 짧은 시나리오로도 가능해 개발비용이 저렴하고 개발시간이 짧다는 장점 때문에 '틈새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다양한 소재의 게임을 개발하는 것이 시급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산업2팀 홍유진 책임연구원은 "소녀층에 머물지 않고 '주류' 장르로 각광을 받기 위해선 롤플레잉게임(RPG) 같은 인기 장르와 결합해 '대중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김범석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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