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엄마 찾을때까지 도전은 계속됩니다”

  • 입력 2009년 9월 15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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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네시스 쿠페전 우승 입양아 출신 최명길 선수

“어머니를 찾으러 고국에 왔습니다.”

13일 CJ 오 슈퍼레이스 슈퍼3800 클래스(제네시스 쿠페)에서 우승한 최명길 선수(24·인디고·사진)는 얼굴과 이름은 한국인이지만 국적은 네덜란드다. 1985년 12월 3일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4개월 만에 네덜란드 양부모에게 입양됐기 때문이다.

5세 때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처음 카트를 탄 그는 바로 짜릿한 속도감에 반해 버렸다. 그때부터 카트에 빠져들어 1996년 네덜란드 주니어 카트 경기에 입문했고, 1999년에는 종합 4위에 올랐다. 이후 2003년 네덜란드 카트 챔피언 타이틀을 차지하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어 본격 포뮬러 드라이버로 나서 2005년 네덜란드 포뮬러 르노 종합 3위, 2007년 독일 F3에서는 2승을 올려 종합 4위에 올랐다. F1의 등용문인 GP2 테스트를 통과하기도 했다. 2007년 그는 레이싱카에 단군, 이순신 등 한국 위인들의 이름을 새기고 헬멧에 태극기를 그려 넣어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어머니를 찾기 위해 그가 한국을 처음 찾은 것은 2006년. 입양기관을 통해 수소문을 했지만 허사였다. 그는 “어머니를 찾기 위해 최고의 레이스인 F1에 출전하는 것이 꿈”이라며 “나의 사연이 널리 알려지면 어머니가 꼭 찾아와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가 처음 고국의 레이싱 무대에 선 것은 8월 9일 CJ 오 슈퍼레이스 제네시스 쿠페 4전 경기였다. 전날 열린 예선전에서 출전 선수 19명 가운데 3위였다. 포뮬러 레이싱카만 타온 그에게 일반 자동차를 개조한 박스카 경기는 처음이었지만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다. 제네시스 쿠페 레이싱카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었기에 하루 뒤 열리는 결승에서는 우승도 노려볼 만했다. 그러나 결승에서 기어에 문제가 생겨서 변속이 원활하지 않았고 제대로 속도를 낼 수가 없어 10위에 그쳤다.

한 달간 열심히 연습을 한 그는 12일 예선에서 1위를 해 결승 폴포지션(제일 앞자리)을 차지했다. 이어 다음 날 열린 결승 경기에서는 단 한 차례의 추월도 허용하지 않고 2위와의 간격을 11.9초나 벌리며 우승했다.

그는 “F3에서 우승한 경력이 있어 국내 경기는 쉽게 우승할 것이라는 주변의 기대 때문에 부담스러웠는데 2번째 경기에서 시상대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르게 돼 스트레스가 풀렸다”며 “제네시스 쿠페는 경기차로 매우 훌륭하며 한국에서 이런 자동차가 나온다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도 기회가 될 때마다 한국 경기에 참가하고 싶다”며 “아쉬운 점은 한국에 레이싱 서킷이 부족하고 그나마도 코스가 단순하고 심심해 좀 더 많은 투자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태백=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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