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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8월 4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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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허리 중견기업 강화…中企 성장욕구도 북돋을것”
영세中企들 강력 반발…최종 실행될지 미지수
정부가 부실 중소기업을 솎아내고 우량 중견기업을 집중 육성하기로 한 것은 중소기업 지원책이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지원 예산은 1992년 236억 원에서 2006년 1조8818억 원으로 80배나 늘었지만 중소기업의 경쟁력은 그만큼 높아지지 않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달 ‘위기 극복 이후의 중소기업 구조조정’ 보고서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오히려 부실기업의 퇴출을 막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지적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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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은 지난해 말 미국발(發) 금융위기 이후 절정에 이르렀다. 지난해 48조9000억 원이던 중소기업 보증 규모를 올해 67조4000억 원으로 늘렸고,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중소기업 대출에 대해서는 전액 6개월∼1년 동안 만기를 연장했다. 중소기업 대출 의무비율도 시중은행 평균 50.4%로 정해 중소기업에 대한 유동성 공급을 확대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도 “금융위기가 실물로 번지지 않도록 하는 게 급선무여서 중소기업에 마구 퍼주기를 하던 때였다”고 공공연히 말할 정도다.
퍼주기 식 중소기업 정책의 부작용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6월 부도업체 수(125곳)는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90년 이후 가장 적었다. 만기 연장, 신용보증 확대 등으로 망해야 하는 중소기업도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한계 중소기업들이 정부의 ‘링거’로 연명하다 보니 ‘강시 기업’(금융기관들의 지원으로 겨우 목숨을 연명하는 기업)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중소기업 정책의 방향전환과 출구전략을 겸해서 하반기부터 중소기업의 경쟁력에 대한 심사를 강화해 ‘묻지마 수혈’을 끝낼 방침이다. 부실한 중소기업 지원에 쓸 돈은 우수 중소기업에 맞춤식으로 지원해 중견기업으로 육성하는 데 사용된다.
지식경제부의 고위 당국자는 “한국은 허리에 해당하는 중견기업이 약해 호리병 모양의 기업 구조를 갖고 있다”며 “중견기업을 육성해 기업 생태계의 허리를 강화하고,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고 싶게끔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 수 기준으로 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반발이 예상되고, 표심을 의식해야 하는 정치권도 비협조적일 가능성이 높아 정부 구상대로 최종 실행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은 2005년 8월 ‘중견기업 지원을 위한 특별조치법’을 제정해 발의했지만 중소기업계의 거센 반발에 부닥쳤다. 결국 법안은 본회의에 상정되지도 못하고 임기 만료됐다.
중견기업 육성책에 대해선 특히 종업원 10명 미만의 영세 중소기업의 반발이 크다. 경기 안산시 시화공단에서 포장지를 만드는 중소기업 A 사장은 “중견기업을 육성한다는 것은 대기업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중견기업 기준에 한참 미달하는 영세 중소기업은 모두 퇴출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