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경제뉴스]한-EU FTA 타결됐다는데…

  • 입력 2009년 7월 22일 02시 55분


한국과 유럽연합(EU)의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됐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우리 생활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궁금합니다.

관세 줄어 유럽제품 싸게 살 수 있지만

돼지고기 값도 떨어져 농가 피해 클 듯

자유무역협정(FTA)은 나라 간에 물건을 사고팔 때 관세를 줄이거나 없애기로 약속하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관세가 아닌 각종 비관세 장벽으로 수입과 수출을 막지 않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되죠.

정부는 지난주 EU와 FTA 최종합의안을 마련한 데 이어 다음 주부터 법률검토에 착수할 예정입니다. 서명을 거쳐 내년 상반기에 FTA를 발효시킬 계획이죠. ‘발효’가 뭐냐고요? 발효는 협정이 효력을 나타내는 것을 말합니다. 발효 시점부터 FTA가 실제로 우리 생활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하지만 한-EU FTA가 내년 상반기에 발효된다고 바로 모든 품목의 관세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상품별로 관세가 없어지는 시기가 다르기 때문이죠. 양국은 협상 과정에서 일정 기간 보호할 필요가 있는 산업이나 여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민감한 품목은 관세 철폐시기를 미루거나 관세를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발효 즉시 수입 관세가 사라지는 대표적인 품목은 와인입니다. 전문가들은 현재 15%인 관세가 사라지면 유럽산 와인 가격이 약 13% 내려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프랑스산 와인 무통 카데는 3만8000원에서 3만3000원 정도로 내려가게 됩니다. 텔레비전, 냉장고, 타이어, 복사기 등도 발효 즉시 관세가 철폐돼 소비자에게 혜택을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자동차는 배기량에 따라 관세 철폐 시기가 다릅니다. 1500cc가 넘는 중대형 승용차는 3년, 1500cc 이하인 소형 승용차는 5년 안에 관세 8%가 사라집니다. 중대형 승용차인 폴크스바겐의 ‘파사트 2.0 TDI’의 경우 지금은 4380만 원이지만 FTA가 발효되고 3년이 지나면 4161만 원 선으로 떨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구두, 화장품(기초 화장품 제외), 핸드백 등도 3년 안에 관세가 사라집니다. 이에 따라 유럽산 명품의 가격도 어느 정도 떨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관세 철폐시기를 미루거나 관세를 유지하기로 합의한 품목도 있습니다. 한국과 EU는 현재 25%인 냉동삼겹살의 관세를 10년 내 없애기로 합의했습니다. 국내 양돈농가를 보호하려고 당분간 일정 관세를 유지하기로 한 거죠. 이에 따라 도매가격이 현재 1kg에 6000원인 벨기에산 냉동삼겹살은 10년 후부터 5000원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돼지고기 중 냉장 부위는 10년, 삼겹살과 목살을 제외한 나머지 냉동 부위는 5년 후 관세가 사라지게 됩니다. 치즈는 관세 철폐까지 걸리는 기간이 15년으로 더 길죠. 또 양측은 민감성을 고려해 쌀을 관세 철폐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고추, 마늘, 양파 등 일부 농산품도 현행 관세가 유지됩니다.

한-EU FTA는 한국의 산업 구조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경쟁력이 높은 분야는 수출이 늘어나겠지만 경쟁력이 낮은 분야는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됩니다.

먼저 자동차 분야는 수입이 늘어나는 것보다 더 큰 폭으로 한국 자동차업체의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됩니다. EU의 수입 관세가 10%로 한국(8%)보다 높기 때문에 관세 철폐의 효과가 한국에 더 크다는 분석이죠. 수출 품목 중 96%의 관세가 즉시 사라지는 자동차 부품 업체에도 FTA는 좋은 기회입니다. 전자업종, 섬유업종도 득이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면 농식품 분야에서는 유럽산 돼지고기와 치즈의 수입이 늘어 축산농가가 피해를 볼 것으로 우려됩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한-EU FTA가 발효되면 치즈 등의 관세가 사라지는 15년 후 농축산 분야에서 약 2300억 원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양돈 및 낙농 분야의 경쟁력을 높이고 피해를 보전하는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그 밖에도 정밀기계, 일반기계, 화학 업종에서 수입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문가들은 한-EU FTA를 ‘인구 5억 명인 세계 최대시장의 문턱을 낮추는 것’이라고 표현합니다. 만병통치약은 아니더라도 강점을 살리고 약점을 보완하면 한국 경제의 체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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