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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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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법 경매법정에서는 이색 경매물건이 낙찰돼 응찰자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서울 중구 북창동에 있는 3층 규모의 룸살롱 건물이 통째로 경매에 나와 감정가(60억9654만 원)의 46.3%인 28억2250만 원에 새 주인을 만났다. 내부에 방을 29개 운영했던 이 룸살롱은 불황의 여파를 이기지 못하고 지난해 9월 경매에 넘겨졌다.
지난달 7일에는 서울 강남권의 대표 아파트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233m² 한 채가 서울중앙지법 경매에서 32억4000만 원에 팔렸다. 경매업계 관계자는 “채무자의 자금사정이 얼마나 다급했으면 금쪽같은 강남 아파트까지 내던졌겠느냐”며 딱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이후 올 상반기 경매시장에도 불황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웠다. 수도권 경매법정에 나온 월별 아파트가 지난해의 2배 수준으로 급증한 때가 있는가 하면 수십억∼수백억 원의 값비싼 주택과 지방의 알짜 상가가 줄줄이 경매처분을 당했다.
○ 작년 12월 경매 넘어간 아파트 많아
경매정보업체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달 22일까지 서울 인천 경기지역 경매법정에 월별로 나온 아파트는 평균 2124채로 지난해 1∼6월(1324채)보다 60.4% 급증했다. 특히 이달 22일까지의 아파트 경매물건(2554건)은 지난해 6월 한 달(1271건)의 2배가 넘었다. 입찰을 시작하는 경매물건이 보통 6개월 전에 신청되는 점을 감안하면 경제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았던 지난해 12월에 채무불이행으로 경매에 넘어간 아파트가 급증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자산가들도 불황을 피해갈 순 없었다. 지난달 21일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서울 성북구 성북동 464m² 고급 단독주택이 감정가를 약간 웃돈 37억5000만 원에 낙찰됐다. 다음 달 2일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서울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아파트 177m²가 감정가 35억 원에 경매될 예정이다. 올 1월부터 이달 22일까지 수도권 법원에 나온 감정가 10억 원 이상의 경매물건은 5117건으로 지난해 1∼6월(3249건)보다 57.5% 늘었다.
○ 찜질방-운전면허학원 등도 매물로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지방에서는 지역 대표상가들이 경매시장에 줄지어 나왔다. 대형 영화관과 수영장 등 각종 편의시설을 고루 갖춘 광주 북구 용봉동의 12층 대형 상가는 최근 감정가 516억 원에 경매물건으로 나왔다. 이 감정가는 올 들어 전국 법원에서 나온 경매물건 중 가장 비싸다. 이달 9일에는 대구 중구 남일동에 있는 9층 규모의 영화관이 감정가의 절반 수준인 160억 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소비가 크게 위축되면서 찜질방이나 자동차운전면허학원 등도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경매에 나왔다. 올 3월에는 경기 양주시에 있는 한 자동차운전면허학원이 40억 원에 낙찰됐다. 서울 도봉구 방학동에 있는 2층 규모의 한 찜질방은 감정가가 117억1000만 원으로 정해져 다음 달 7일 새 주인을 찾을 예정이다.
강은 지지옥션 기획홍보팀장은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있어 당분간 경매물건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경매시장의 과열 조짐 등을 감안해 비싸게 낙찰 받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