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건설사업 영역파괴…영세업체 경영난심화 불 보듯”

  • 입력 2009년 5월 25일 03시 05분


“종합건설업체와 전문건설업체의 영업범위 제한을 없앤다는 발상은 건설시장의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나온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영세한 전문건설업체들의 경영난은 더욱 가중될 겁니다.”

박덕흠 대한전문건설협회 회장(54·사진)은 정부가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인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을 이렇게 비판했다. 종합건설업체는 종합공사의 원도급만, 전문건설업체는 전문공사 하도급만 할 수 있도록 제한한 기존의 법을 바꿔 양쪽 모두 상대편 업무영역의 공사를 따낼 수 있도록 한 것이 개정안의 주요 내용이다.

그는 “사업 경계가 없어지면 종합건설업체들은 실적이 없어도 하도급시장에 진입할 수 있지만 전문건설업체들은 종합건설 실적이 없어 사실상 원도급을 할 수 없다”면서 “개정안이 통과되면 가뜩이나 영세한 전문건설업체들은 시장을 잠식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대한전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문건설업체들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부도율이 약 67% 늘어날 정도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원사업자인 종합건설업체들이 주택사업 규모를 축소하면서 하도급 공사도 대폭 줄였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확대조치도 아직까지 체감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4대강 정비사업’과 ‘녹색 뉴딜정책’ 같은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대형 건설업체들이 유동성 부족을 겪으면서 하도급 공사를 하는 전문건설업체에 공사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부문 발주공사 대금을 하도급 업체에 직접 지원하는 등의 개선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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