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기업 마케팅 일선에 서다

  • 입력 2009년 5월 22일 02시 56분


LG전자가 시행하고 있는 엑스캔버스 블라인드 테스트. LG전자는 이 테스트 결과를 엑스캔버스 브랜드 블로그에 올려 소비자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블로그에는 소비자의 제품 사용기도 게재된다. 사진 제공 LG전자
LG전자가 시행하고 있는 엑스캔버스 블라인드 테스트. LG전자는 이 테스트 결과를 엑스캔버스 브랜드 블로그에 올려 소비자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블로그에는 소비자의 제품 사용기도 게재된다. 사진 제공 LG전자
제품 체험기 알리고 광고 모델로 출연도‘친근한 마케팅’ 주도

삼성전자는 최근 ‘오늘은 버블하는 날’이라는 무료 책자를 대리점에서 배포했다. ‘버블백서’로도 불리는 이 책은 ‘하우젠 버블 마니아’ 주부 체험단 100명의 체험기를 엮은 것이다. 버블 세탁기 사용법과 함께 ‘인형 세탁하는 법’ ‘운동화 하얗게 세탁하는 법’ 등 유용한 세탁 노하우를 담았다.

KT가 새로 내놓은 집 전화와 인터넷 서비스의 통합 브랜드 ‘쿡(Qook)’은 얼마 전 ‘쿡을 광고해주세요’라는 온라인 프로모션을 펼쳤다. 소비자가 브랜드 광고의 아이디어를 내는 이 행사에는 ‘애완견의 옷에 쿡 브랜드를 붙이겠다’ ‘곧 태어날 아이의 이름을 쿡이라고 짓겠다’는 등 기발한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소비자가 소비자에게…

소비자 참여를 유도하는 마케팅이 관심을 끌고 있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개발 과정에서 소비자의 의견이 반영되는 ‘프로슈머’ 방식은 이미 널리 알려졌지만, 최근의 경향은 소비자가 마케팅의 ‘대상’이 아니라 마케팅의 ‘도구’가 된다는 점에서 이전과 차별화된다. 소비자가 광고를 직접 만들거나 제작에 참여하기도 한다.

대상 청정원의 ‘햇살 담은 자연 숙성 진간장’ CF에는 주부들이 출연했다. ‘자연 주부 9단의 햇담송 만들기’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 광고 캠페인은 SK텔레콤의 ‘생각대로 T’ 주제음악이던 ‘되고송’에 보통 주부들이 직접 노래 가사를 붙이고 모델로도 출연했다.

LG전자는 서울시내 극장가를 돌며 엑스캔버스 발광다이오드(LED) TV의 ‘블라인드 테스트’를 벌인 뒤 결과를 엑스캔버스 브랜드 블로그에 올리고 있다. 윤인덕 LG전자 엑스캔버스 마케팅팀 차장은 “블라인드 테스트에 참여한 소비자의 70%가 우리 회사 제품을 선택했다”며 “이런 소비자의 의견을 앞으로도 적극 홍보에 활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추세에 대해 “기업이 소비자를 단순히 메시지의 수동적 수신자로만 보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박정호 제일기획 광고3팀 국장은 “요즘 소비자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정보 발신자’ 역할까지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 친근하게 다가가는 방법

소비자를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점에서도 효과적이다. 실제로 버블백서는 주부들이 직접 찍은 사진으로 편집해 친밀도를 높였다.

외식업체인 차이나팩토리는 매장을 방문한 고객이 식사 후 홈페이지를 방문해 식사한 메뉴에 대해 별점(최고 5개)을 주고 의견을 제안하는 ‘메뉴별 별점 평가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 회사는 앞으로 이 의견을 마케팅이나 메뉴 개발에 반영하기로 했다. 메뉴에 대한 소비자 호감도를 높인다는 의도다.

삼성물산의 아파트 브랜드 래미안은 올해 상반기 분양 예정인 아파트의 정보를 제공하는 ‘래미안 타임즈’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이 사이트에 올라온 정보는 삼성물산이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 블로거’들이 작성한 것이다. 누구나 이 사이트의 블로거가 될 수 있도록 사이트를 열어놓았기 때문이다. 삼성물산 측은 “소비자들이 아파트의 입지와 시설 등을 직접 분석하고 평가한 글을 공유해 수요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래미안 브랜드가 더 친밀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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