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경영의 힘’ 입증한 中企들

  • 입력 2009년 5월 19일 02시 55분


직원과 미술-음악 감상… 이직률 22%서 제로로

시민에 무료공연 열어 ‘공익기업’ 이미지 심어… 기업 21% “매출도 증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중소기업인 성도GL의 김상래 대표. 그는 미국 뉴욕 씨티은행 본사에서 근무했을 때 점심 식사 후 센트럴파크의 무료 공연을 즐겼다. 씨티은행이 뉴욕필의 후원 기업임을 알게 됐을 때는 애사심도 한층 높아졌다. 1996년 가업을 승계해 성도GL의 대표가 되자 직원을 생산요소로만 여기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문화경영’에 관심을 가졌다.

김 대표는 직원 및 지역주민과 함께 콘서트를 감상하고 미술전시회를 즐겼다. 외국 바이어가 왔을 때는 음주를 최소화하고 문화공연으로 접대했다. 아울러 직원과 열린 토론을 즐겼고 휴가일수를 100% 사용하도록 권장했다. 그랬더니 회사에 의미 있는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2004년 이직률 22%에서 지난해 0%로 떨어졌다. 지난해 12월 전 임직원 5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직무 만족도’(5점 만점)에서 모든 항목의 평균이 4점 이상이었다. ‘중소기업 직원’이라는 열등감이 ‘문화를 누리는 직원’이란 자부심으로 바뀐 것.

문화경영의 힘

김선화 중소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올해 2월 12일∼3월 13일 문화경영을 실시하고 있는 177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태와 효율성을 설문조사했다. 응답 기업 대부분(92.1%)은 중소기업이었는데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문화경영 실태를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화경영의 성과에 대해선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62.7%가 ‘도움이 된다’고 답했고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응답은 4.5%에 불과했다. 177개 기업은 구체적으로 △종업원의 사기 및 조직 분위기 향상(48.0%) △전반적 기업가치 향상(45.2%) △기업이미지 향상(44.1%) 등의 성과(복수응답)를 말했다. 예를 들면 이렇다. 참기름을 생산하는 중소기업 새싹의 김해경 대표는 음악을 전공하고 있는 자녀의 도움을 받아 각종 음악회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2006년 임신한 여성 고객에게 출산 선물로 음반을 제공했고 그해 12월에는 음악회도 열었다. 올해 5월에도 서울과 부산에서 각각 음악회를 열 계획이다. 음악회에는 주요 고객인 영양사와 협력 기업 관계자, 내부 임직원 등을 초청했다. 김 대표는 “음악회를 열었더니 주요 고객인 영양사들이 새싹을 바라보는 인식이 달라졌다”며 “사내 직원들의 자부심도 높일 수 있어 앞으로도 다양한 형태의 음악회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건산업 역시 음악으로 기업이미지를 높이고 있다. 1990년부터 매년 이건음악회를 열며 직원들과 인천 시민을 대상으로 무료로 공연했다. 중국 칠레 솔로몬군도 등 해외 현장을 개척할 때마다 지역발전 사업을 빠뜨리지 않았다. 이 덕분에 나무를 잘라 가공하는 소위 ‘환경파괴’ 사업을 하지만 ‘공익을 생각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었다.

장기적 관점의 효율성 주목

일부 중소기업에서는 이처럼 문화경영이 뿌리를 내렸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대기업에 비해 갈 길이 먼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경영의 중요성’에 대해 대기업의 대부분(92.9%)은 ‘중요하다’고 답했지만 중소기업은 46.6%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실제 대기업은 다양한 형식으로 이미 문화경영을 실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냉장고 세탁기 등 제품에 디자이너 앙드레 김 작품을 활용해 문화이미지를 쌓았다. 코리아나화장품은 복합문화공간 ‘스페이스C’를 일반 시민에게 제공했고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문화가 살아야 일류국가가 된다’는 소신으로 금호문화재단을 설립했다.

김선화 책임연구원은 “과거 대기업의 전유물이었던 문화경영을 최근에는 중소기업도 도입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대목”이라며 “직원 만족도를 높이고 기업이미지를 제고하는 효과가 탁월해 문화경영은 앞으로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문화경영과 매출의 연관성은 약했다. 응답 기업 중 20.9%만이 ‘문화경영이 매출 증가로 이어진다’고 답했다. 하지만 ‘문화경영이 기업성과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이 62.7%인 것을 볼 때 대부분의 기업은 문화경영의 장기적 효율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화경영::

문화와 예술을 활용해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경영 전략. 목적은 △간접적으로 기업을 광고해 판매를 늘리고 △종업원들의 조직문화를 향상시키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등 크게 3가지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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