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est]기아차 ‘쏘렌토 R’ 시승기

  • 입력 2009년 5월 19일 02시 55분


시끄럽다? 둔하다? 불편하다? SUV, SUV를 넘다

《침체를 면치 못하던 국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이 조금씩 활기를 찾고 있다.

주인공은 단연 기아자동차의 ‘쏘렌토 R’이다. 4월 초 출시 이후 한 달 반 만에 벌써 9000대가 넘는 계약이 이뤄졌다. 2002년 초 출시돼 7년여 동안 국내외에서 90만 대가량이 팔린 구형 쏘렌토의 초기 돌풍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도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하는 쏘렌토 R의 매력은 뭘까.》

공인 연비 L당 14.1km 동급 디젤 SUV 중 최고 수준

힘 좋고 조용… 승차감도 좋아

외부 디자인엔 찬반 분분

넘치는 힘과 높은 연료소비효율

최근 제주에서 쏘렌토 R 2.2 디젤 모델을 이틀 동안 타볼 기회가 있었다. 제주 해비치리조트 지하주차장에 서 있는 시승차에 올라 창문을 열고 시동을 걸었다. 구형 쏘렌토에서 시동을 걸 때나 저속 주행 시 들리던 경운기 소음 같은 디젤엔진 특유의 ‘갈갈거림’이 크게 줄었다. 창문을 닫으면 엔진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

뒷좌석에 성인 2명을 태우고 한라산 중턱을 넘어가는 도로를 달렸다. ‘너무 잘 나가니 질주 본능을 자제해 달라’는 기아차 관계자의 얘기가 빈말이 아님을 온몸으로 느꼈다. 최고출력 200마력, 최대토크 44.5kg·m라고 적힌 제원표가 떠올랐다. 2t 가까운 무게에도 불구하고 오르막길을 가볍게 올라갔다. 초기 응답성과 가속력도 확실히 좋아진 듯했다. 최대 토크가 2000rpm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라는 게 기아차 측의 설명이다.

쏘렌토R의 ‘R’는 혁신(revolution)과 안락함(relaxation)을 뜻한다.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은 역시 엔진과 연비인 것 같다. R엔진은 유럽 환경 규제인 ‘유로5’ 기준을 충족하는 국내 첫 승용 디젤엔진이다. 184마력(2L 모델), 200마력(2.2L 모델)의 출력은 BMW, 도요타 등 해외 경쟁사의 동급 엔진보다 앞선다. 공인 연비(L당 14.1km·자동변속기 기준)는 국내외 동급 디젤 SUV 중 최고 수준이다. 국내 소형 SUV 중 연비가 가장 좋다는 스포티지(L당 13.8km)보다 더 높다.

시승차가 새 차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정숙성은 분명히 기존 디젤 SUV에서 진일보한 듯했다. 다만 ‘2만 km가 넘어도 이런 정숙성이 유지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은 지울 수 없었다. 국산 디젤 SUV 소유자들의 한결같은 불만이 주행거리가 2만 km만 돼도 덜덜거리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승차감은 경차처럼 통통 튀던 구형 쏘렌토에 비해선 훨씬 좋아졌지만 개인적으론 만족스럽지 못했다. 모노코크 방식에 차체 높이도 낮아져 세단 수준의 안락함을 기대한 게 ‘화근’이었던 것 같다. 차체 바닥에 강철 프레임을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안정감과 세련미

대체로 쏘렌토 R의 성능과 연비 개선에 대해선 큰 이견이 없지만 디자인은 논란이 많다. 디자인은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평가가 극단으로 엇갈리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포르테와 모하비, 로체의 디자인을 섞어 놓았다”는 혹평을 하지만 개인적으론 구형에 비해 완성도가 더 높다는 느낌이다. 껑충한 키에 갑자기 잘려나간 듯한 뒤태…. 구형 쏘렌토는 한마디로 엉거주춤한 모습이었다. 그에 비해 쏘렌토 R는 훨씬 안정감을 준다. 튀는 걸 좋아하는 사람에겐 다소 평범하게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출시 2개월이 채 안 돼 계약 대수가 1만 대에 육박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 많은 소비자에게 어필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천장을 뒤덮은 파노라마 선루프는 안에서 보면 앞뒤가 분리된 것처럼 보이지만 위에서 보면 전체가 유리로 돼 있어 개방감이 뛰어나다. 최근 중고차 시장에서 파노라마 선루프 장착 여부가 거래 성사의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다소 늦었지만 반응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 차체(4685mm)는 구형에 비해 95mm나 길어졌다. 반면 높이와 최저 지상고는 각각 15mm, 25mm 낮아져 뒷좌석 승차감도 훨씬 좋아졌다.

실내는 세련미가 느껴진다. 변속기 레버가 운전석 쪽으로 붙어 있고 컵 홀더가 옆으로 나란히 배치돼 있다. 대용량 센터 콘솔은 뚜껑을 열면 14인치 노트북도 넣을 수 있을 정도로 크다. 고급 세단에서나 볼 수 있는 통풍시트는 장시간 운전에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편의장치는 구형에 비해 한층 고급스러움을 느끼게 한다. 실내 공간도 넉넉해졌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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