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동빈 기자의 ‘Driven’]BMW ‘120d’

  • 입력 2009년 5월 19일 02시 55분


작다고 얕보지 마라, 나는 BMW다!
후륜 구동 프리미엄 소형… 파워풀 엔진·스포티한 핸들링… 드라이빙이 즐겁다

‘작고 야무진 놈’

BMW에서 만드는 가장 작은 모델인 1시리즈에 대한 수식어로 무엇이 어울릴까를 한참 생각하다 떠올린 표현이다. BMW는 1시리즈에 대해 “세계 유일의 후륜 구동 프리미엄 소형차”라고 말한다. 그러나 굳이 럭셔리브랜드에서 ‘코딱지’만한 차를 살 필요가 있을까. 주머니사정이 허락하지 않는데 억지라도 BMW를 갖고 싶어 하는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을까.

그러나 1시리즈를 타 본 결과 단지 BMW의 로고를 빌린 소형차가 아니었다. 존재가치가 충분했다. BMW가 주장하는 ‘진정한 드라이빙의 즐거움(Sheer Driving Pleasure)’을 가장 잘 표현하는 일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이어서인지 아쉬움도 없지 않았다.

○ 작지만 당당한 존재감

1시리즈는 쿠페, 3도어 해치백, 5도어 해치백, 카브리오 등 4가지 디자인의 모델이 생산되며 엔진은 1.6L 디젤과 가솔린, 1.8L 디젤과 가솔린, 2.0L 디젤과 가솔린, 3.0L 가솔린 등 7종류가 들어간다. 이번에 국내에 들어온 차종은 177마력의 2.0 디젤 쿠페모델인 120d이다. 개인적으로는 1시리즈는 3도어 해치백이 가장 멋져보인다.

120d가 선택된 것은 충분한 출력과 높은 연료소비효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직접 운전을 해보면 디젤엔진이어서 둔할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은 단시 생각일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물론 이 차의 최대 장점은 바로 BMW라는 것이다. 아마 평범한 다른 브랜드의 로고를 달고 있었으면 그저그런 차로 여겨졌을지도 모른다.

시승차는 스포츠 패키지가 적용된 모델로 벨트라인을 돋보이게 하는 데코레이션 스티커와 군데군데 적용된 카본 바디킷, 리어디퓨저, 18인치 휠, 대용량 브레이크 시스템 등이 들어간 스페셜 버전이다. 언뜻 3시리즈 쿠페를 연상 시키지만 그보다는 좀더 깜찍해 보인다. 전체적으로는 갓 구워낸 식빵 모양 같다. 하지만 놀란 듯 부릅뜬 헤드램프와 선명한 블랙 무광의 키드니 그릴은 다이내믹의 유전인자를 품고 태어난 BMW임을 알게 해준다. 3시리즈의 세련미를 다듬어 귀여운 뒷모습도 매력적이다.

화사한 베이지 가죽으로 감싼 시트는 세미 버켓으로 작은 차체를 생각하면 환대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가격이 낮아야 한다는 태생적인 한계가 주는 편의장치의 부재는 조금은 아쉽다. 모니터가 없는 것은 당연하고 온도조절 공조기도 모두 수동식이고 열선 시트도 없다. 사이드미러가 전동 조정식이라는 것에 감사해야할지도 모른다. 반면에 기대이상의 것도 있긴했다. 시프트 박스 오른쪽에 탈착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진 추가 컵홀더와, 가속력측정이 가능한 스포츠 스티어링 휠이 눈에 들어온다.

○ 스포티한 핸들링이 최대 장점

같은 엔진이 들어간 320d 와 비교했을 때 120d는 좀 더 파워풀 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제원상으로는 거의 비슷한 스펙을 가지고 있다. 일단 차체가 작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치고 나가는 느낌은 마력수를 능가한다. 2000RPM이 넘어서면 디젤 터보엔진 특유의 진득한 가속력이 100km/h를 넘어서도 한동안 유지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제원상 7.8초다. 절대적으로 강하지는 않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충분한 힘을 갖고 있고 스포티한 주행도 충분히 가능하다.

가장 큰 장점은 핸들링이다. 스포츠세단의 대명사인 3시리즈에 비해 확실히 더 재미있다. 무거운 디젤엔진이 들어갔지만 밸런스가 좋아 방향전환이 날카롭다. ‘운전대를 돌려야지’라고 생각하며 손에 힘을 주는 순간 벌써 차는 원하는 곳으로 방향을 바꾸는 식이다. 운전대를 좌우로 돌리며 일부러 차체의 무게중심을 흔들어도 자세가 쉽게 흐트러지지 않는다. 시속 170㎞까지는 BMW 특유의 고속 안정감이 느껴지지만 시속 200㎞를 넘어서면 작은 차체의 한계 때문인지 약간 불안한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서스펜션은 3시리즈 세단에 비해 단단한 편이다. 그런데 노면의 충격을 걸러내는 반응은 그간 BMW 에서 느낄 수 없는 조금은 가벼운 단단함이다. 어느 정도 속도로 커브를 돌때 금속으로 된 도로 이음새 같은 곳을 지나자 차체가 살짝 요동친다. 초광폭 타이어로 인한 급격한 스포츠성향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승차감에 있어서는 BMW의 상급 모델보다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엔진소음이나 진동은 디젤엔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외부에서는 엔진소리가 크게 들리지만 실내에서는 참을만하다. 연료 소비효율은 서울 시내 주행에서 L당 12㎞정도이고 고속도로에서 정속주행하면 18㎞까지도 높아진다. 실내공간은 생각보다 넓어서 175cm의 성인 4명이 함께 탈 수 있고 트렁크 공간도 소형차치고는 쓸모가 있다.

120d는 독특한 디자인과 함께 산뜻한 핸들링, 높은 연비, 실용적인 실내 거주성 등으로 젊은층에게 어필할 것으로 보다에 다만 생각보다 높은 가격이 바로 윗급 모델인 320d와의 사이에서 갈등을 일으키게 할 것 같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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