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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5월 14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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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이여! 저와 함께 매일 KISS합시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사진)은 13일 이런 도발적인 제목의 e메일을 그룹 임직원들에게 보냈다. 그러나 여기서 ‘KISS’는 입맞춤이 아니고 ‘Keep It Simple & Speedy(단순하고 신속하게 하자)’의 약자. 현 회장은 “경영 전반에 걸쳐 단순, 신속이란 두 단어를 마음속 깊이 새기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제위기의 원인이 복잡하게 얽혀 있을수록 핵심을 간파하는 통찰력과 단순화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며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처럼 단순하게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이야말로 이런 (위기) 상황에서 하루빨리 벗어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덧붙였다. 단순함이 최고의 경쟁력이 됐던 사례로 이른바 ‘정주영 공법’을 들었다. 이 공법은 충남 서산 간척지 공사에서 물살이 너무 세 기존 공법으론 도저히 물을 막을 수 없게 되자 고철로 쓰려고 사다놓은 대형 폐유조선을 침하시켜 물막이 공사를 완성한 것을 일컫는다.
현 회장은 또 “변수가 많고 급변하는 요즘 같은 시대에 요구되는 것은 신속성”이라며 “먼저 움직이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e메일 말미에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말뿐이면 소용없다. 세계 경제위기로 상황이 어렵다고 핑계대면서 주저하거나 망설인다면 나중에 상황이 호전돼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지금 시작하자”고 당부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