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초, 2초, 1초… 4000RPM ‘무한질주 스타트’

  • 입력 2009년 5월 11일 02시 58분


동아일보 석동빈 기자, 프로 카레이스 출전기

2.5㎞ 서킷 25바퀴…국내 톱10 선수들과 경쟁
크게 휘어지는 6번 코너 미끄러지며 흙밭으로
“포기는 없다” 재시동…7대중 6위로 완주

‘두근두근’ 심장 뛰는 소리가 귀에 들리는 것 같다. 손가락 마디마디에는 짜릿한 전기가 흐르는 느낌이다. 일상생활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긴장감이 온몸을 휘감는다.

10일 오후 2시 10분 강원 태백시 태백레이싱파크에서 열린 ‘CJ 오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슈퍼2000 클래스(배기량 2.0L) 결승전. 예선 성적이 5위였던 기자는 총 7대 중 다섯 번째로 스타트 라인에 서서 출발신호를 기다렸다. 경기차는 자동차용품 쇼핑몰인 ‘바보몰’ 소속 녹색 ‘투스카니’로 차량번호는 대회조직위원회가 부여한 107번.

국내 일간지 기자 중 처음으로 프로 레이스인 ‘CJ 오 슈퍼레이스 챔피언십’에 참가해 모터스포츠의 열띤 현장을 직접 체험했다. 차량의 배기량에 따라 4개 클래스로 나뉘어 총 40여 명이 참가하는 국내 최고 프로레이스에 출전하기 위해 기자는 지난 1년 동안 레이싱 면허를 따고 각종 아마추어 레이스에 참가하며 경력을 쌓았다.

○ 세상에서 가장 짜릿한 스포츠

경기차가 출발선에 정렬한 뒤 스타트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20초. 서킷 25바퀴(랩)를 도는 전체 경기 중 가장 긴장되는 순간이다. 드디어 전광판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약 3초 뒤 불이 꺼지면 출발이다. 1, 2, 3초. 엔진분당회전수(RPM)를 4000까지 올리고 있다가 빨간불이 꺼지자마자 클러치 페달을 뗐다. 차는 굉음과 함께 튀어나갔다. 직선거리 최고속도는 시속 190km. 그러나 뒤에 있던 103번 ‘i30’가 쏜살같이 옆으로 치고 나갔다. 이 때문에 드라이브 코스 1번 코너에 들어갈 때 순위는 6위로 떨어졌다.

9일 열린 예선에서 기자가 전체 2.5km 서킷을 1랩 돌 때 가장 짧게 걸린 시간은 1분5초8로 예선 1위인 GM대우레이싱팀 이재우 선수보다 1.6초 뒤졌다. 눈 깜짝할 시간 같지만 프로레이싱에서는 큰 격차다. 그 1.6초를 줄이기 위해선 수년에 걸친 피나는 연습과 풍부한 경기 경험이 필요하다.

○ 좌충우돌 실수 연발

경기용 타이어는 도로와의 마찰로 온도가 올라가지 않으면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에 초반에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 레이서들은 경기 직전 주행에서 차를 좌우로 흔들며 타이어 온도를 높이려고 애쓴다. 2, 3, 4, 5번 코너까지는 그럭저럭 앞차를 따라가다 크게 휘어지는 마지막 6번 코너에 접어들었다. 타이어 온도가 어느 정도 올라갔다고 판단한 기자는 과감하게 속도를 높였다.

순간 뒤쪽 타이어가 접지력을 잃고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다른 차나 펜스와 부딪치면 안 된다.’ 정신을 집중하며 운전대를 좌우로 돌려 자세를 잡으려고 했지만 차는 결국 안전지대의 흙밭으로 빠지며 시동이 꺼졌다. 타이어 온도가 높아지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속도를 높인 탓이다.

함께 경기를 벌인 슈퍼1600 클래스(배기량 1.6L) 차량 7대가 모두 지나가기를 기다린 뒤 시동을 걸고 다시 출발했다. 앞서간 선수들과의 거리가 너무 벌어져 성적보다는 안정적으로 경기를 완주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슈퍼1600 클래스 경기차들을 모두 추월했을 때쯤 사인타워(경기 운영을 담당하는 타워)에서 피트(경주차가 연료를 넣고 타이어를 교환하는 곳)로 들어오라는 지시가 내렸다. 스타트를 할 때 빨간불이 꺼지기 전에 차를 약간 움직였기 때문에 내려진 벌칙이었다. 결국 슈퍼2000 클래스 6위로 경기를 마쳤다. 한 대가 탈락했으므로 꼴찌나 마찬가지다. 역시 프로레이싱의 벽은 높다는 것을 실감했다.

○ 레이스카 내부는 어떨까

슈퍼2000 클래스 경기차는 2.0L 일반 엔진을 개조해 출력을 180마력 정도로 높이고 차체 무게는 1030kg에 맞춘다. 일반 판매용 자동차보다 출력은 20% 높이고, 차체 무게는 200kg 정도 줄인 것이다. 운전석은 상당히 불편하다. 몸에 꽉 끼는 버킷시트에다 레이스용 안전벨트로 시트에서 몸이 떨어지지 않도록 밀착시킨다. 게다가 머리를 압박하는 헬멧을 쓰고 경추 보호장치인 ‘한스(HANS)’ 시스템까지 목에 붙인다.

자동차 안은 운전자 시트를 제외하고 모든 내장재를 제거했기 때문에 소음이 굉장하다. 오직 빨리 달리기 위해 드라이버가 이 모든 것을 감수해야 한다. 경기를 마치고 나면 체중이 2kg 정도 빠진다.

○ 한류스타 보려고 일본 관광객 800여 명 찾아

이날 슈퍼6000 클래스에서는 김의수 선수(CJ레이싱팀)가 우승을 했다. 김 선수는 서킷 25바퀴를 28분31초443에 끊어 2위 이승진 선수(현대레이싱)를 22초 차로 제쳤다.

20명이 참가한 슈퍼3800에서는 정연일 선수(KIXX PAO팀)가 26분31초127의 기록으로 2위인 탤런트 드라이버 안재모 선수(넥센알스타즈팀)보다 0.8초 먼저 결승선을 통과해 1위를 차지했다. 같은 클래스에서 가수인 김진표 선수(넥센알스타즈팀)는 4위, ‘한류스타’ 류시원 선수(EXR Team 106팀)는 7위로 레이스를 마쳤다. 일본에서 가수로 인기를 얻고 있는 류 선수를 보기 위해 일본인 관광객 800여 명이 경기장에 몰려와 눈길을 끌었다.

슈퍼2000 클래스는 GM대우레이싱팀의 오일기 이재우 선수가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 슈퍼1600에 출전한 홍일점 드라이버인 영화배우 이화선 선수(넥센알스타즈팀)는 7명 중 6위에 올랐다.

태백=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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