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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5월 4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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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라오스 베트남(CLV)을 잡아라.”
앞으로 중국이 생산기지나 시장으로 매력을 잃게 되는 ‘포스트 차이나(Post China)’에 대비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중에서도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공들이고 있는 곳은 ‘CLV’다. 이들 국가는 이미 선진국들이 자리를 잡은 태국이나 싱가포르 등에 비해 투자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압축 성장’을 이룬 한국에 대한 호감도 높다. 다음 달 초 제주도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CLV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 에너지 자원 선점이 관건
정부가 주목하고 있는 CLV의 숨은 보석은 에너지 자원이다. 지난해 5월 기준으로 한국의 대(對)아세안 수출 1위는 석유제품이었다. 아세안으로부터 수입하는 제품 2∼4위도 천연가스 원유 석유제품 등 에너지 제품이 각각 차지했다. 한국은 아세안으로부터 원유를 수입한 뒤 고급 정제기술로 부가가치를 높인 석유제품을 만들어 재수출한다.
지식경제부는 CLV에 ‘자원 도로’를 잘 닦기 위해 4일 ‘에너지 자원 사절단’을 파견한다. 지경부 관계자는 “CLV 3국은 자원 개발 가능성이 높지만 그간 정치적으로 불안해 선진국이 투자를 피했다”며 “이제 정치적 안정을 찾아가고 있어 사업기회를 선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의 CLV 투자도 가시화되고 있다. GS칼텍스는 지난해 베트남에서 석유 광구 탐사에 들어갔다. 한국석유공사는 베트남과 국교 수립 전인 1990년대 초반부터 가스 광구 탐사에 들어가 지금은 우리 기술로 가스를 생산해내고 있다.
CLV는 인건비가 중국의 10분의 1 수준이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현재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만 약 1700개. 글로벌 브랜드인 나이키와 GAP 등의 생산기지도 이미 중국에서 캄보디아로 이동하고 있다.
○ 압축 성장 노하우 전수로 친밀하게
CLV에 대한 중국, 일본 등 경쟁국의 공략도 활발하다. 특히 동남아시아 국가들에는 화교가 끈끈한 기반을 다져 중국이 유리한 입지를 점하고 있다. 일본도 베트남을 중심으로 일찍이 투자를 늘렸다.
투자 전문가들은 CLV에서 중국과 일본을 물리칠 무기로 한국의 ‘압축 성장’ 노하우를 꼽는다. 한국이 이룩한 압축 성장을 배우기 위한 열의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에는 전후 40년 만에 세계적 전력 기술을 갖춘 노하우를 배우려는 아세안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임충환 한전 해외사업운영처 차장은 “동남아 국가들은 고가의 설비를 팔려는 유럽보다 현실적인 조언을 주는 한국을 선호한다”며 “이들을 도우면서 우리도 개발계획 등 정보를 얻기 때문에 향후 발주 등에서 유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진흥공단도 아세안의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해 호응이 높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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