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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5월 4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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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이 지난달 서울 강남권 등 수도권 핵심지역에서 회복되는 조짐을 보이자 아파트 경매시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올해 초 70% 정도로 떨어졌던 평균 낙찰가율이 4월에 80%에 육박하는 등 각종 경매지표가 눈에 띄게 호전되고 있다.
올 1, 2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 열기가 달아올랐던 경매시장은 3월 들어서는 주춤한 양상을 보였다. 동유럽 국가들이 줄줄이 국가부도 위기에 몰리는 등 국제 금융시장의 동요가 심했고 1, 2월에 양질의 경매물건이 바닥나면서 경매시장이 숨고르기에 들어간 결과였다. 하지만 4월부터는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고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완화 등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가 반영되면서 집값 상승세와 더불어 경매시장에도 수요자들이 몰렸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서울 경기 인천지역 법원의 경매물건 1건당 평균 응찰자 수는 2월 10.5명에서 3월 7.8명으로 줄었다가 4월에는 9.1명으로 다시 늘었다. 낙찰 건수를 입찰 건수로 나눈 평균 낙찰률도 2월 35.55%에서 3월 34.49%로 소폭 떨어졌다가 4월에는 38.7%로 올랐다.
평균 낙찰가율은 1월 71.01%, 2월 74.98%, 3월 77.42%, 4월 79.37% 등으로 연초 이후 줄곧 오름세를 탔다. 특히 4월에는 고가(高價) 낙찰 사례가 줄을 이었다. 서울 강동구 길동 우성아파트 48m² 아파트는 감정가(1억3000만 원)보다 약 3000만 원가량 높은 1억6150만 원에 새 주인을 만나 낙찰가율이 124%에 이르렀다. 8억1000만 원에 낙찰된 강남구 개포동 주공아파트 43m²는 낙찰가가 감정가보다 1억1000만 원 비쌌다.
4월에는 조건이 거의 같은 아파트가 불과 2주 만에 1억 원가량 높게 낙찰되는 사례도 나왔다. 4월 13일 경매에서 12억1000만 원에 낙찰된 송파구 잠실동 아시아선수촌아파트 99.4m²가 4월 27일 경매에서는 13억350만 원에 소유권이 넘어갔다. 경기불황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크게 제기됐던 1, 2월 고가 아파트들이 줄줄이 유찰됐던 것과는 경매시장의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서울 인천 경기지역 법원에 나온 경매 물건도 1월 1405건, 2월 1564건, 3월 1789건, 4월 1801건 등으로 계속 늘고 있다. 경매 신청에서 입찰까지 보통 6개월 정도 걸리는 절차를 감안해 볼 때 글로벌 금융시장이 극도로 혼란했던 지난해 10월 법원 경매시장에 진입한 매물이 4월 대거 선보인 결과로 풀이됐다.
지지옥션 강은 기획홍보팀장은 “경기에 선행하는 경매시장의 일반적 특성에 비춰본다면 경매시장은 4월에 바닥을 친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경매 물건은 일반 매매시장의 급매물보다 확실하게 싸지 않으면 이점이 없기 때문에 분위기에 휩쓸리기보다 보수적이고 선별적으로 매물을 고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