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외식업체 “서울의 입맛 사로잡자”

  • 입력 2009년 4월 28일 02시 55분


치킨-비빔밥-빵 전문점들

서울-수도권 매장 속속 열어

지방에서 출발한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속속 상경(上京)하고 있다. 지방에서 자리 잡은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전국구 프랜차이즈’로 성장하기 위한 전 단계로 서울과 수도권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까다로운 수도권 소비자의 입맛을 잡으면 다른 지역에 진출하기도 쉽다는 것이 이들 업체의 설명이다.

○‘촌닭’의 수도권 진출 러시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요즘 ‘촌닭의 서울 입성’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최근 지방에 본사를 둔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수도권 진출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주로 영남지역에서 ‘세(勢)’를 키운 업체가 많다.

부산과 경남 지역에 180여 개의 가맹점을 확보한 ‘티바두마리치킨’은 올해 ‘매장 무상 제공’이라는 독특한 마케팅을 펼치며 서울 지역을 공략했다. 서울시내 3개 지역에 프랜차이즈 본사가 매장을 마련해 예비 창업자에게 무료로 임대해주는 이벤트다. 창업자는 면접을 통해 선발했다. 2002년 대구에서 출발한 허브 치킨 전문점 ‘치킨쥼’도 최근 수도권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서울 청량리점, 망우점, 수원 영통점 등을 잇달아 열었다. 부산에서 인기를 얻은 ‘닭잡는파로’도 수도권에 진출했다. ‘닭쌈밥’ ‘고추장바비큐비빔밥’ 등 기존 치킨 메뉴에 없는 독특한 식사 메뉴를 개발한 것이 특징이다.

이상헌 한국창업경영연구소 소장은 “치킨은 수도권보다 지방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아 지방에서 새로운 메뉴가 더 빨리 나오는 추세”라며 “지방에서 ‘검증’을 거친 뒤 전국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해 수도권에 진출하는 업체가 많다”고 말했다.

○차별화된 ‘지역 맛’으로 승부

2004년 광주에서 출발한 퓨전주점 ‘꾼노리’는 지난해 말 건대입구점을 열면서 서울에 입성했다. 이 회사는 “건대입구점의 올해 1월 매출이 1억 원을 넘었을 정도로 호응이 좋았다”며 “호텔식 테마주점을 표방하며 고객별로 독립적인 공간을 제공한 것이 인기의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콩나물국밥과 떡갈비비빔밥 등을 주 메뉴로 하는 ‘완산골명가’는 1970년대부터 전주 남부시장에서 콩나물국밥을 팔던 ‘완산식당’이 모태다. 티백으로 된 ‘육수팩’을 개발해 전국 가맹점이 같은 맛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전북 전주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이미 서울에 30여 개 가맹점을 확보해 수도권에서 안착했다는 평이다.

최근 관심이 높아지는 말레이시아 빵인 ‘번’을 전문으로 하는 ‘번앤펀’은 대구에 본사를 두고 있다. 영남권에 7개 매장을 연 뒤 곧바로 수도권 상권 공략에 나섰다. 최근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매장을 여는 등 서울 진입을 가시화했다.

지방 프랜차이즈 업체의 ‘강세’에 대해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은 “요즘은 서울과 지방 프랜차이즈 업체의 수준 차이가 크지 않을 정도로 평준화돼 지방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업체가 많이 나오고 있다”며 “특히 외식 업체는 지역 농산물의 유통기지 역할도 하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나 농협 등의 적극적인 지원도 등에 업고 있다”고 말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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