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유가증권 빌려 유동성 흡수

  • 입력 2009년 4월 16일 02시 58분


증권대차제도 도입 추진

한국은행이 시중 금융회사로부터 국고채 등 유가증권을 빌려 통화량을 조절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이는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로 늘어나는 시중의 유동성을 빨아들이기 위한 조치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김성식 의원은 15일 “다음 주 상임위원회에서 심사할 한국은행법 개정안에 ‘증권대차제도’ 도입 건을 반영할 계획”이라며 “한은과 실무적인 검토가 끝났다”고 말했다.

한은은 그동안 통화안정증권을 발행하거나 보유 중인 유가증권을 팔아 시중유동성을 흡수해 왔다. 통안증권 발행은 이자 부담(지난해 7조1998억 원)이 있어 유가증권 매각 규모를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하지만 작년 말 기준으로 한은이 갖고 있는 국채 등 유가증권은 11조6000억 원어치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초과 유동성을 흡수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유가증권 보유량을 늘리기 위해 한은이 국채를 사 갖고 있으면 시중에 돈이 더욱 풀리는 부작용이 뒤따르게 된다.

한은이 시중 유가증권을 빌려 RP로 매각하면 유가증권을 빌려준 금융회사에 수수료(유가증권 액면가 대비 연 0.11∼0.18%)만 주면 된다. 특히 올해처럼 재정지출이 크게 늘어나면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중앙은행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할 상황이다. 한은 관계자는 “유동성을 회수할 필요가 있을 때 기존 조치와 더불어 신축적인 공개시장조작 수단을 하나 더 확보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증권대차제도는 일본과 인도 등이 도입했으며 미국은 지난해 초 이와 비슷한 증권대여제도를 마련해 운용하고 있다.

::증권대차제도::

일반 금융회사가 갖고 있는 유가증권을 한은이 빌린 뒤 이를 환매조건부채권(RP)으로 시중에 되팔아 넘쳐나는 유동성을 흡수하는 방식이다. 거꾸로 자금시장이 얼어붙으면 금융회사에 한은이 갖고 있는 유가증권을 빌려준 다음 금융회사가 이를 담보로 자금을 조달할 수도 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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