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 “돈 도는 속도 사상최악”

  • 입력 2009년 4월 2일 02시 57분


돈이 도는 속도가 사상 최저수준으로 추락했다. 한국은행이 아무리 화폐를 찍어 시중에 풀어도 이 돈이 실물경제로 흐르지 않고 금융시장 안에서만 맴돌고 있는 것이다. 경제를 인체에 비유한다면 혈액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는 셈이다.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10∼12월) 한국의 화폐유통속도는 0.703으로 지난해 3분기의 0.748보다 큰 폭으로 떨어졌다. 화폐유통속도는 화폐 1단위가 일정 기간 유통되는 평균 횟수를 뜻하며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통화량(광의통화, M2)으로 나눠 계산한다. 지난해 4분기 화폐유통속도가 떨어진 것은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GDP가 줄어든 반면 통화량은 계속 늘었기 때문이다. 화폐유통속도는 연평균으로 2005년 0.870, 2006년 0.844, 2007년 0.815로 하락하다가 지난해 0.749로 급감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은 “화폐유통속도가 급감했다는 것은 신용경색 때문에 경제 전반에 돈이 제대로 돌고 있지 않다는 뜻”이라며 “경기가 워낙 안 좋다 보니 기업은 투자를 하지 않고 가계는 소비를 줄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돈이 돌아야 경제의 ‘돈맥(脈)’이 뚫리는데 돈이 돌지 않으니까 중앙은행이 아무리 은행들에 돈을 풀어도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선진국과 비교해도 한국의 화폐유통속도 저하는 심각하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07년 기준 미국의 화폐유통속도는 1.9, 영국 0.8, 유럽연합 1.0, 일본 0.7로 한국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된 글로벌 신용 경색에 따라 세계적으로 화폐유통속도는 더욱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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